[소설]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697>卷七. 烏江의 슬픈 노래

  • 입력 2006년 2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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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박순철
그림 박순철
“회남왕(淮南王) 경포가 이미 노관 유고와 더불어 구강(九江) 땅을 치고 있는 데다, 다시 제왕(齊王)과 양왕(梁王)이 대군을 이끌고 과인의 군중에 이르렀으니, 이는 천하의 모든 제후가 모인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과인은 크게 군사를 내어 초나라를 쳐 없애고 항왕을 사로잡아 오랜 전란의 시대를 끝내고자 한다. 그 뜻을 이루자면 먼저 어떻게 해야 좋겠는가?”

그러자 제왕 한신이 나와 말했다.

“대왕께서 뜻을 이루심이 쉽고 어려움은 항왕이 장차 어떤 계책을 고르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만일 항왕이 남은 대군을 이끌고 강동(江東)으로 돌아가 거기서 재기(再起)를 도모한다면, 이는 상책(上策)을 고른 것으로서 대왕의 뜻을 이루시기는 아주 어려워집니다. 항왕이 강수(江水)에 의지해 지키며 오월(吳越)의 인재(人才)와 물산(物産)을 밑천 삼아 다시 힘을 기르면, 대왕께서 천하를 하나로 아우르는 날은 쉬이 기약할 수 없습니다. 그 다음으로 항왕이 남쪽 회수(淮水)가로 내려가, 지키기도 좋고 나아가기도 편한 요해처에 자리 잡고 흩어진 초나라 장졸들을 모아들인다면 이는 중책(中策)이 됩니다. 그래도 한때 천하를 호령했던 서초의 대군이라, 쪼개져 흩어졌다 해도 항왕이 굳건히 자리 잡고 모아들이면 그 세력이 만만찮을 것입니다. 따라서 또다시 한바탕 천하를 건 힘든 싸움을 치르고 적지 않은 군사와 물력(物力)을 소모해야만 대왕의 뜻을 이루실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하책(下策)은 항왕이 아직도 자신의 처지를 깨닫지 못하고 팽성으로 달려가 그곳을 근거로 다시 서초를 일으켜 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팽성은 사방으로 열려 있는 땅이라, 설령 항왕이 쉽게 회복한다 해도 기대할 뒷날이 없습니다. 이미 산동과 서초 땅 거의가 우리 세력 아래 들어 있어 항왕의 군사는 외로운 섬처럼 우리 대군에 에워싸여 있다가 끝내는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스러져 갈 것입니다.”

“지금 항왕은 어디에 있소?”

한신의 말을 듣고 마음이 급해진 한왕이 군중에 앉아서도 그런 일을 꿰고 있는 장량에게 물었다. 장량이 가만히 웃으며 대답했다.

“제왕의 말씀대로라면 대왕께는 다행스럽게도 항왕은 하책을 고른 것 같습니다. 듣기로 항왕이 이끄는 군사는 동쪽으로 달려갔다고 합니다. 자세한 것은 탐마(探馬)가 돌아와 보아야 알 수 있으나 아마도 항왕은 먼저 팽성을 되찾고 거기서 다시 세력을 모아 보려는 뜻 같습니다.”

그 말을 듣자 가슴을 쓸어내리며 갑자기 서두르기 시작했다.

“어서 모든 군사를 움직여 항왕을 뒤쫓도록 하시오. 항왕이 이끈 군사는 달리 도우러 올 우군(友軍)이 없는 외로운 군대[고군]요. 팽성에 가둬놓고 먼저 우리 30만 대군으로 에워싼 뒤에 천하 제후의 군사들을 모두 불러 모으면, 항왕은 날개가 있다 해도 거기서 벗어날 길이 없을 것이오!”

그러면서 장수들을 재촉해 군사를 움직이게 했다. 이에 다음날로 진현(陳縣) 성 밖에 모여 있던 한왕의 세 갈래의 군사는 팽성 쪽으로 길을 잡았다. 합쳐 20만이 넘는 대군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것이라 마치 거센 홍수가 동쪽으로 휩쓸고 내려오는 듯했다.

글 이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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