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공간에서는 익명성의 뒤에 숨어 ‘아니면 말고’ 식의 거짓 비방과 인신공격을 하는 일이 넘쳐 난다. 이런 불법이 묵인되면서 인터넷이 가학적 군중심리를 증폭시키는 악순환이 빚어져 왔다. ‘공중화장실의 낙서’를 방불케 하는 인터넷 문화는 위험 수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1989년 북한을 방문했던 임수경 씨는 외아들을 사고로 잃은 뒤 관련 언론기사에 달린 악의적인 ‘댓글’ 때문에 이중의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인터넷의 자정(自淨) 기능을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인터넷이 생활 깊숙이 뿌리내렸는데도 인터넷의 폭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퍼 나르기’는 허위사실을 기하급수적으로 증폭하며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인터넷 윤리교육 등 내부 정화기능을 강화하는 동시에 법을 엄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의 정치적 기능이 커진 데 따른 민주적 여론 수렴을 위해서도 악의적인 비방과 허위사실 유포는 엄단해야 한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시작에 불과하다. 인터넷이 더는 사회의 흉기로 방치되지 않도록 법원이 단호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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