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월드]현장에서/두바이에 한국 차는 언제쯤 달릴까

  • 입력 2006년 2월 2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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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문한 중동의 두바이와 작은 섬나라 바레인 거리는 각 나라 자동차 업체들의 고급 모델 전시장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볼보, 도요타, 푸조, 아우디 등의 프리미엄 차종이 넘쳐났다.

한국 주재원들에 따르면 두 나라 모두 세금이 없어 한국에서 4000만 원이 훌쩍 넘는 차도 이곳에서는 30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고 했다. 게다가 두바이는 최근 인상된 휘발유 가격이 L당 500원, 바레인은 250원으로, 유지비 부담이 거의 없어 소형차보다는 중대형 자동차를 선호한다는 것.

두바이에서 관광 차량을 운전하는 한 현지인은 자신이 ‘스몰 카(small car)’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그의 ‘스몰 카’는 2004년형 BMW 330이었다! BMW 330은 결코 작은 차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는 끝까지 “내 차는 이곳에서 ‘스몰 카’에 속한다”고 우겼다. 대형차를 소유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두바이 시내 중심가로 이어지는 셰이크 자이드 로(路) 한편에는 대규모 자동차 전시장이 밀집해 있었다. 즐비한 전시장 사이에 자리 잡은 현대·기아자동차 전시장을 발견하고서는 무척 반가웠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거리에서는 한국 자동차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가뭄에 콩 나듯 가끔 한두 대 지나갈 뿐이었다. 중동에서 한국 차는 인지도도 낮은 데다 단순히 값싼 브랜드로만 인식돼 구입하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고 한국 주재원들은 설명했다.

대형차에 대한 구매욕이 강한 중동은 한국 자동차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도전해 볼 만한 매력적인 ‘기회의 땅’이었다. 두바이 시내 곳곳에는 아우디 광고 현수막이 대대적으로 나부끼는 등 이미 각국 자동차 업체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국 자동차 업체가 브랜드 경쟁력을 갖춰 고급 모델로 중동을 적극 공략한다면 충분히 큰 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중동을 찾았을 때는 도로 위를 질주하는 한국 자동차를 마음껏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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