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최고 통일정책기구인 국가통일위원회 폐지와 국시(國是)인 국가통일강령의 삭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본토와의 ‘통일’ 조항을 없앤다는 것은 곧 대만 독립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다.
천 총통은 28일 국가통일위 폐지와 통일강령 삭제를 정식 선언할 것이라고 중국의 인터넷 포털사이트 소호닷컴이 20일 대만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28일은 장제스(蔣介石) 전 총통 시절 자행된 ‘2·28 대만 원주민 학살사건’ 59주년이 되는 날이다.
대만은 이를 위해 미국과 이미 20여 차례 사전 접촉을 했지만 미국은 천 총통의 행보에 극도의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총통부 고위인사는 “미국과의 접촉 과정에서 워싱턴은 이미 천 총통에 대한 신뢰 문제를 넘어 이제는 대만이 ‘입을 닫기(shut up)’를 바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천 총통의 통일강령 삭제 검토 발언을 전해 듣고 “그가 또 일을 만들었단 말이냐”며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지 않아도 이란 핵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은 천 총통이 중국을 자극해 자칫 중-미 간에 갈등이 조성될 수 있는 상황을 원치 않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을 지낸 마이클 그린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대만에 군사지원을 하도록 한 현행 대만관계법을 파기할 수도 있다”고 말해 부시 행정부가 천 총통의 움직임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암시했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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