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경시대회 입상 고교생들 두 부총리에 ‘송곳’ 질문

  • 입력 2006년 2월 2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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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정부가 효율적이라고 배웠는데 왜 현 정부는 공무원 수를 늘리고 세수(稅收)를 늘리나요?”

“학교에서 배우는 경제교육이 실물경제와 괴리돼 있어 신문과 방송에서 다루는 경제뉴스를 이해할 수 없는 때가 많아요.”

20일 전국 고교생 경제경시대회 수상자들이 한덕수(韓悳洙) 경제부총리, 김진표(金振杓) 교육부총리와 함께 점심을 먹으며 던진 질문이다.

경기고 임규리 학생은 “1970년대 이후 경제를 위해서는 작은 정부가 효율적이라고 배웠는데 왜 현 정부는 공무원 수를 늘리고 세수를 확대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한 부총리는 “국민에게 쓸데없이 부담을 주는 큰 정부는 만들 생각이 없다”며 “소득이 없어서 굶어 죽을 정도의 극빈자가 있는지 파악할 인력, 치안을 위한 경찰, 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 등의 인력을 늘리고 있다”고 답변했다.

대원외고 박승준 학생은 “영국의 초등학교 지리교과서를 번역해 지리를 배우고 있다”며 “선생님께서는 한국의 통합교과서는 정치 지리 사회 등이 한 교과서에 담겨 있어 내용에 깊이가 없고 전문성이 떨어져 외국 교과서를 쓴다고 하는데 왜 그래야 하죠?”라고 물었다.

김 부총리는 “동양문화권에서는 축약형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교과서는 혼자 아무리 읽어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재미있고, 알기 쉽고, 참고서를 안 봐도 되는 좋은 교과서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대답했다.

대덕고 권일호 학생은 “통합사회 교과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교과서 뒷부분에 있는 경제 부분을 배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개선 방안을 물었다.

서남수 서울시 부교육감은 “수업시간은 제한돼 있는데 가르쳐야 할 내용은 너무 많다”며 “하지만 1학년 교과는 원칙적으로 모든 학생이 배우게 돼 있는 만큼 어떤 부분이 모자라는지 확인해서 개선하겠다”고 했다.

김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경제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은 2008년도 입시부터 어떤 형태로든 유리하게 하겠다”며 “경제경시대회 수상이 과학이나 수학 올림피아드 수상처럼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때 객관적 기준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대회에서 대상인 경제부총리상에는 상은혜(안양외고 2) 학생이, 금상은 이준원(중동고 2), 장민주(목포고 2) 학생이 차지했다. 단체 부문 대상은 대원외고가 수상했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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