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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Design]세계적 거장 알레산드로 멘디니 씨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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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Design]세계적 거장 알레산드로 멘디니 씨를 만나다

입력 2006-02-20 03:03수정 2009-10-0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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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료 사진

세계적인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75·사진) 씨를 지난해 말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만났다.

멘디니 스튜디오는 창고 같았다. 들어가 조금 기다리니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딛고 그가 2층에서 내려왔다.

It's Design

노란색 코듀로이 바지, 푸른색 셔츠 위에 덧입은 붉은색 스웨터…. 따뜻한 미소를 띠며 그는 ‘아틀리에 멘디니(ATELIER MENDINI)’라고 쓰인 샛노란 명함을 건넸다. 갑자기 겨울바람 휭휭 부는 무채색의 공간에서 색색의 빛깔로 충만한 다른 세계로 건너뛴 것 같았다.

―이탈리아 디자인의 뿌리는 무엇인가요.

“디자인은 역사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이탈리아는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수많은 거장을 배출했습니다. 부드럽고 화려한 색감의 그림에서 미술의 역사가 시작됐어요. 이탈리아 그림 속의 언덕은 곡선입니다. 감성과 부드러움을 중요시하는 이탈리아 디자인은 거기서 온 것이죠.”

―디자인의 창조적 속성과 산업적 측면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나요?

화려한 색감이 시선을 사로잡는 1인용 소파. 알레산드로 멘디니 씨의 개성을 엿볼 수 있다. 사진 제공 멘디니 스튜디오
“산업적 측면에서 디자인은 소비자가 중요해요. 그러나 창조적 관점에서는 아이디어가 중심이에요. 우리 프로젝트는 기업에 아이디어를 주는 것입니다. 기업은 그것을 가지고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지요. 기업과 디자인 스튜디오는 부부와 같아요. 기업이 남편이고 디자인 스튜디오는 아내죠. 서로 협력하지만, 결국에는 아내의 말을 듣게 되는….(웃음)”

멘디니 스튜디오는 알레시, 필립스, 카르티에, 스와치, 에르메스 등 다양한 브랜드와 작업해 왔다. 한국에서는 한샘을 통해 그가 디자인한 가구가 출시됐다.

그는 “대기업 디자인의 초점은 ‘얼마나 잘 팔릴 것인가’에 있다”며 “내부 프로세스가 복잡해 디자인 작업이 상당히 머리 아프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어떤가요.

“이탈리아 기업은 가족적이고 단순해 의사결정이 빠릅니다. 내가 사장을 직접 만나 빨리 결정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도 새 디자인을 빨리 받아들이는 편이지요.”

그는 스와치에서 아트 디렉터로 일했을 때 겪은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회사에서 ‘시계 디자인은 같게 하되 지역별로 선호하는 색상이 있으니 맞춰 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미국 캘리포니아는 흰색, 독일은 검은색인데, 이탈리아는 ‘다양한 색상’이었어요. 이탈리아가 어떤지 이해되나요?”

앵무새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와인 코르크 스크루. 사진 제공 알레시
―1979년 건축가들에게 티 포트와 찻잔을 디자인하게 하는 ‘엉뚱한’ 아이디어를 제안하셨어요. 11명의 건축가가 한 ‘Tea & Coffee Piazza’ 프로젝트는 2003년 21명의 건축가가 참여한 ‘Tea & Coffee Towers’로 거듭났습니다.

“처음 알도 로시에게 커피잔을 디자인해 달라고 하자 그는 ‘나는 건축가’라며 의아하게 생각했어요. 그러나 그의 티 포트는 베스트셀러가 됐죠. 이 프로젝트들은 제품화보다 연습이자 실험이었어요. 새로운 시각으로,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싶었습니다.”

멘디니 씨 역시 처음부터 디자인을 하지 않았다. 건축과를 졸업한 뒤 건축 잡지에서 글을 쓰는 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안나 G. 코르크스크루’가 대표 작품으로 알려져 있어요.

“여자 친구인 안나가 와인을 따고 기지개를 켜는 데서 구상했습니다. 주위 사람과 일상의 사물을 통해 영감을 얻곤 해요. 주방·생활용품은 늘 쓰는 것인데, 기왕이면 즐거움과 미소를 주고 싶어요. 좋은 디자인은 시와 같고, 감성을 주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고, 사람들에게 미소와 로맨스를 주는 것이에요.”

―앞으로 계획은….

“지금부터 1시간 동안 설명해도 모자랄 거예요.(웃음) 굉장히 바쁘죠. 요즘 중점을 두는 것은 파리 디즈니랜드에 들어서는 디즈니박물관 인테리어입니다. 10월 개관 예정이지요.”

멘디니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유일한 한국인 디자이너 차영희(35) 씨는 “회사가 마치 학교 같다”며 “멘디니 씨와 디자이너들이 한데 모여 디자인에 대한 고민과 의견을 서슴없이 나눈다”고 전했다.

밀라노=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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