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정 의장은 18일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직후 수락연설에서 “지난 10년간 한나라당이 지방정부의 85%를 독식해 왔다. 그 결과 지방정부는 토착 비리로 썩고 병들었다”고 한나라당을 ‘지방부패’와 연결시켜 비난했다.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의 ‘노무현(盧武鉉) 정부 실정론’에 대한 맞불 카드로 지방정부 심판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방정부-중앙정부 심판론’을 중심으로 여야의 이슈 전쟁이 불붙고 있다.
정 의장은 9일 발표된 감사원 감사에서 ‘주의’ 지적을 받은 단체장 19명 중 12명이 한나라당이라며 이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등 대야 정치공세를 거듭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미 이들 지자체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지방선거에서 이 문제를 쟁점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이다.
여기에는 지도부 경선 과정을 통해 불거진 내부 갈등을 무마하려는 내심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방권력 교체라는 간단명료한 이슈를 내걸어 내부 단합을 꾀하겠다는 것.
한나라당은 “감사원이 북 치고 열린우리당이 장구 치는 꼴”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또 ‘지난 10년간’ 한나라당이 지방정부의 85%를 독식했다는 정 의장의 주장은 사실관계에도 맞지 않는 선전용 구호라고 지적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실시된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압승(당선일 기준 광역단체장 16석 중 11석, 기초단체장 232석 중 140석)하긴 했지만 85% 수준은 아니었다.
1995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전신이자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자유당은 광역단체장 5석, 기초단체장 70석에 그쳐 참패했다. 한나라당은 야당으로 치렀던 1998년 지방선거에서도 광역단체장 6석, 기초단체장 74석으로 고전했다.
박 대표는 여권의 지방정부 심판론에 대해 “터무니없는 논리이자 발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정복(劉正福) 비서실장은 “낮은 정당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감사원 감사 결과를 침소봉대해 무리한 구호를 들고 나온 모양인데 현 정부에 실망해 있는 국민은 속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심판으로 몰아 갈 계획이다.
김재원(金在原) 기획위원장은 “무능하고 독선적인 아마추어 정부가 나라 살림살이를 거덜 내더니 이젠 지방 살림살이까지 거덜 내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하고 ‘윤상림 게이트’ 등 현 정부의 각종 비리와 국정 실패에 대한 중간평가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20일 국회에서 노무현 정부 출범 3주년을 맞아 ‘국정파탄 국민대보고대회’를 연다.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 맹형규(孟亨奎) 전 의원 등 서울시장 경선 후보들도 “중앙 정부의 실정을 호도하려는 술책이다” “수도권 해체 기도와 함께 명백한 정치 쿠데타다”라고 정 의장의 지방정부 심판론을 비판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대구=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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