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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을 정책선거로]본보-의회발전硏 매니페스토운동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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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을 정책선거로]본보-의회발전硏 매니페스토운동 전개

입력 2006-02-20 03:03수정 2009-09-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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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D―100
20일은 5·31지방선거 100일 전. 19일 본격적인 선거관리 준비에 나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인기가수 ‘비’를 모델로 한 홍보 포스터 시안을 살펴보고 있다. 김미옥 기자

《200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A 지역 광역단체장은 ‘임기 내 노인전문병원 및 실버타운 건립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공(起工)조차 하지 않았다. 5·31지방선거에서 이 단체장에 도전하는 상대 후보 측은 “선거용 선심 공약에 불과했음이 드러났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해당 단체장 측은 “노인전문병원 등을 추진하려고 노력했고 실제 추진 중이기 때문에 공약(空約)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애초 이 공약은 구체적 계획 없이 두루뭉술한 형태로 제시됐기 때문에 객관적 평가가 불가능한 것이다. 추진 중이라는 것은 진행단계 1%에서 99%까지를 포괄한다. 심하게 말하면 입안기획서 하나만 만들었어도 ‘추진 중’이라고 주장할 근거는 있는 것이다. 매니페스토(대국민 정책계약) 운동은 선심성 공약 남발을 삼가고 이행 가능한 공약을 제시해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정책선거’를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약의 정책 목표가 분명해야 하고 또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목표 달성 로드맵을 제시하라

A 지역 단체장은 애초 공약을 제시할 때부터 ‘무엇’ ‘왜’ ‘언제(달성목표 기한 설정)’ ‘어떻게(재원 조달 방법과 로드맵)’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했어야 했다.

예를 들면 공약 실현에 필요한 재원은 500억 원으로 이는 2002년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해 연차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것을 제시했어야 한다. 또 노인전문병원은 2003년 기공해 2006년 완공하고 실버타운은 2004년 기공해 2007년 완공하겠다는 구체적 일정도 마련했어야 한다.

아울러 이들 시설의 이용자는 지역 내 노인 1만여 명이라는 것과 이들에게서 일정 액수의 이용료를 받지만 연간 운영비로 1억 원의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에 지방교부금으로 충당한다는 등 세부 항목을 넣어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추진 중이다, 아니다’ 하는 논란이 있을 이유가 없다. 2003년 기공하겠다는 일정과 달리 임기 내에 기공조차 못했으므로 A 단체장은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을 들어도 변명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B 지역 광역단체장은 지난 선거 때 ‘역세권 환승 주차장 설치’를 공약했으나 아직까지 ‘계획 검토 중’이다. 주차장 부지를 예산으로 매입할지, 임차할지, 기부를 받을지 등에 대한 검토조차 끝나지 않은 상태라는 게 관계 공무원의 설명이다. 사실상 정책 실패로 볼 수 있지만 공약의 실현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딱 잘라 평가하기가 곤란한 실정이다.

C 지역 광역단체장은 지난 선거에서 ‘과학기술 진흥자금 200억 원 조성’을 공약했으나 ‘재해 방지 예산이 예상보다 많이 소요돼 여유 재원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백지화했다. 해당 자치단체의 연간 가용 재원이 얼마인지 등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한 검토 없이 졸속으로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매니페스토 형태로 공약을 만들면 이런 폐해의 상당 부분을 예방할 수 있다. 세밀한 검토 없이 ‘과학기술 진흥자금 200억 원 조성’ 등을 주장하면 선거 과정에서부터 “빠듯한 예산 실정에서 그게 가능한 얘기냐” “구체적 예산조달 방안이 뭐냐” 등의 반론에 부닥쳐 망신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보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정당들도 사후에 ‘계약 위반’이란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서는 후보 공천 과정에서부터 각 후보의 매니페스토 이행도를 평가하는 ‘점검표’를 제시하는 등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현출(李鉉出) 국회 입법정보연구관은 “매니페스토가 만능은 아니다. 당선 후 상황 변화가 있으면 파기하거나 보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당선자는 그 이유를 자세히 소명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과정 자체가 당선자와 주민 간의 의사소통 활성화 등 정치 발전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일본은 ‘매니페스토 선거’로 정착

일본에서는 2003년 지방선거 때부터 바람이 불었다. 가나가와(神奈川) 현 지사 선거에 출마한 마쓰자와 시게후미(松澤成文·48) 후보가 37개 주요 지역 현안에 대한 매니페스토를 제시해 ‘무소속 핸디캡’을 딛고 당선됐다. 마쓰자와 지사는 매년 자체적으로 매니페스토 이행도를 평가해 발표하고 있다.

그가 제시한 매니페스토 중에서는 현 정부의 조직 감축과 함께 교육분야 정책이 특히 유권자의 관심을 끌었다. 그의 교육분야 매니페스토는 △2003년까지 학구제 폐지 △2004년부터 환경고, 영어교육중점고, 정보통신고 설립 등의 구체적 일정과 함께 ‘특성화고교 설립 예산 60억 원은 현의 공공사업비 및 인건비 억제로 충당한다’는 등의 내용이 명시돼 있다.

2005년 9월 실시된 중의원 의원선거를 계기로 일본의 매니페스토는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 ‘야후 저팬’ 같은 포털에서 연금, 우정민영화, 교육, 환경 등 10개 분야에 관한 6개 정당의 매니페스토를 비교하는 별도의 사이트를 개설해 유권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매니페스토에 대한 평가 작업은 시민단체와 싱크탱크, 언론사 등이 자체 기준을 만들어 다양하게 하고 있다. 2004년 5월에는 전현직 정치인, 경제연구소 연구원 등 각계 전문가들이 ‘21세기 새로운 일본을 만드는 국민회의’라는 민간단체를 만들어 여러 단체의 매니페스토 평가를 비교하는 검증대회를 열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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