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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메릴린치’ 나온다…대형 투자회사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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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메릴린치’ 나온다…대형 투자회사 등장

입력 2006-02-20 03:02수정 2009-10-08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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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가 유례 없는 ‘지각변동’을 시작할 전망이다. 정부가 19일 마련한 ‘금융투자업과 자본시장에 관한 법률안’이 제정되면 증권 선물 자산운용회사 사이의 ‘벽 허물기’가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증권회사와 선물 또는 자산운용회사 간 인수합병(M&A)이 늘어나게 되며 증권사 간 M&A도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증권회사들은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와 같은 대형 투자은행으로 발전할 기회라며 정부 발표를 환영했다. 하지만 자산운용회사나 소형 증권사들은 생존에 위협을 받을 전망이다. 규모에 걸맞은 특성화로 위기를 돌파할 수밖에 없다.》

○M&A 촉발 대형화 물꼬

국내 증권사는 고객의 주문을 받고 주식매매를 하는 위탁매매가 수익의 70%를 차지한다. 반면 외국 투자은행들은 기업금융, 자산관리, 자기매매를 골고루 한다.

더구나 증권사 선물회사 자산운용사 신탁회사 등 회사별로 규제가 달라 같은 상품이라도 각기 다른 규제를 받고 있다. 새 법안은 이런 벽을 허물겠다는 것이다.

회사 통합 시 주도권은 증권회사가 잡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회사들이 자산운용회사나 선물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새 법이 시행되면 대형화하거나 특화하지 못하는 증권사는 도태될 전망이다.

우리투자증권 박종수 사장은 “업무영역이 구분돼 다양한 영업을 할 수 없었던 증권업계로서는 기회”라며 “2, 3년 안에 자본금 규모가 크고 상품개발 능력이 우수한 증권사 가운데 대형 투자은행으로 발전하는 곳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증권 전략기획팀 방영민 상무는 “증권사 간 질적 차이가 커지면서 시장에 의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단기간에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증권업협회 임종록 상무는 “증권회사들 가운데 당장 통합 논의를 구체화하는 곳은 없다”며 “하지만 자본력이 뛰어난 대형 증권사를 제외하면 인터넷 거래를 특화한 키움닷컴이나 투자은행 업무만 전담하는 한누리증권, 자산운용에 특화한 미래에셋증권처럼 자신만 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해야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자 보호에 주의해야

투자자 보호 문제가 가장 우려해야 할 점으로 지적된다.

과거 대한투자신탁 한국투자신탁처럼 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와 판매하는 증권회사가 한몸일 때는 법인 고유 자산과 고객 자산의 구분이 애매해지기도 했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통합이 되더라도 자산운용업은 별도 사업부 체제로 엄격히 따로 운영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또 특정 투자자의 이익을 위해 다른 투자자가 손해를 보게 되면 강한 처벌을 하고 자산운용업을 겸업하는 증권회사는 다른 펀드의 운용내용을 참고하지 못하도록 자사 펀드 외의 펀드는 팔지 못하게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해외에선 따로 또 같이

해외에서는 법은 풀고 경영에 있어서는 분리하는 추세다. 이미 호주 일본 영국 등에서는 금융통합법이 시행되고 있으며 미국은 ‘해야 하는 일’보다는 ‘해서는 안 되는 일’만 규정해 사실상 투자은행을 용인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 대형 투자회사들은 별도 법인을 선호한다.

대표적인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나 골드만삭스도 자산운용업을 별도 법인으로 두고 있다.

UBS는 한 법인 안에 엄격히 분리되는 사업부로 나뉘어 있다. UBS증권 이재홍 대표는 “각 사업부는 대표가 따로 있고 경영도 따로 해 서로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정보를 교환하지도 못 한다”고 말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일임매매 양성화’ 업계 환영▼

증권사의 해묵은 고민은 ‘일임매매’를 둘러싼 고객과의 분쟁이다.

고객이 증권사에 돈과 함께 운용 권한을 맡겼더라도 손실이 나거나 다른 사람보다 수익률이 낮으면 거의 예외 없이 문제가 발생한다.

증권사 직원은 매매 실적이 인사 고과에 반영되고 성과 보수를 결정하기 때문에 자주 거래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가 손실이 발생하면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정부는 19일 자본시장 통합법안에서 일임매매 양성화 방침을 밝혔다.

유명무실한 기존 일임매매 제도를 폐지하고 증권사가 수량과 가격, 매매 시기뿐 아니라 증권 및 선물의 종류와 종목, 매매 방법까지 위임 받아 투자할 수 있는 ‘투자일임업’을 새로 생기는 금융투자회사에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

고객과 서면계약을 통해 손실이 나더라도 보상을 요구할 수 없음을 명시하고 과당 매매와 부당 권유 등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전제 조건이 붙어 있다.

지금도 증권사가 가격, 수량, 매매 시기를 고객에게서 위임 받아 10종목까지 거래할 수 있다. 그러나 주식이나 선물옵션 등의 종류와 종목, 매매 방법 같은 주요 결정은 고객이 직접 해야 한다. 증권사들은 서면계약을 체결하고 금융감독위원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일임매매는 금감위에 보고되지 않는다. 증권사 영업직원과 고객이 구두로 일임매매 계약을 하는 음성적인 방식이 관행으로 굳어졌다.

주식을 사고팔면서 일일이 고객의 허락을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금감위에 서면계약 내용을 보고하면 감시를 받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증권업계는 일임매매 양성화 방안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자칫 과도한 규제가 이어지면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정수 증권업협회 이사는 “기존 일임매매 제도는 실효성이 없다”며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도 일임매매 양성화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A증권사 영업직원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규제를 강화하면 기존의 음성적 방식을 고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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