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칸, 타임워너 공략 중단… KT&G에 과녁 정조준하나

  • 입력 2006년 2월 1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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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69) 씨가 그동안 추진해 온 세계 최대 미디어그룹 타임워너사(社) 공격을 포기하고 KT&G 공략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사외이사 추천 건을 놓고 KT&G와 아이칸 씨 측이 법정 싸움을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앞으로 논란이 예상된다.

○CNN “KT&G에 공격 집중”

월스트리트저널은 타임워너 주식 3.3%를 보유한 아이칸 씨가 타임워너의 경영권을 장악하려는 계획을 포기했다고 17일 보도했다.

아이칸 씨는 지난해 8월 타임워너 경영 참여를 선언한 뒤 4개 회사로 분할할 것과 대규모 자사주(自社株) 매입을 요구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업 분할에 대한 주요 주주들의 반대에 부닥친 그가 타임워너의 경영진과 모종의 합의를 하고 공략을 중단한 것으로 분석했다.

CNN은 이에 따라 아이칸 씨가 앞으로 생명공학업체인 임클론과 한국의 KT&G 공격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했다.

개인 재산이 78억 달러(약 7조8000억 원)에 이르는 그는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기업사냥꾼’이다. 1980년대부터 TWA항공, 제너럴모터스(GM), US스틸, 나비스코 등의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건당 수억 달러씩 차익을 남겨 이름을 날렸다.

증권업계와 재계에서는 “SK㈜를 공략한 소버린자산운용과는 비교도 안 되는 거물”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영진 M&A연구소의 김영진(45) 소장은 “뉴욕 월가의 유대인들이 다 그렇듯이 그의 M&A 전략은 단 한 가지, ‘고수익 창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이를 위해 경영권 인수, 자산 매각, 경영진 위협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고 말했다.

○2라운드 싸움 시작됐다

그동안 아이칸 씨의 투자전략 사례를 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다.

우선 표적 대상 기업을 찍는다. 저평가되고 지분 배분이 잘돼 공략이 쉬운 기업이 타깃이다.

1단계에선 은밀히 주식을 사들이고 일정 지분을 보유하면 주식 보유 사실을 공개한다. 경영 참여를 선언한 뒤엔 자사주 매입, 부동산 매각, 이사진 선임 등으로 경영진을 압박한다.

2단계에선 본격적인 ‘전쟁’을 벌인다. 위임장 대결로 기업과 힘겨루기를 하는 게 특징이다.

마지막 3단계에서 회사 주가가 크게 오르면 차익을 남기고 떠나든가 오르지 않으면 경영권이 취약한 대주주에게 보유 주식을 시가보다 높은 값에 파는 ‘그린메일’을 한다.

아이칸 씨 측 연합군인 스틸 파트너스는 운용자금의 60% 이상을 일본 시장에 투자하고 있는 헤지펀드다. 회장은 아이칸 씨에 의해 KT&G 사외이사로 추천된 워런 리크텐스타인 씨.

KT&G의 지분 6.59%를 보유하고 있는 아이칸 씨 측은 사외이사 추천에 이어 위임장 확보로 본격적인 싸움을 걸고 있다.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 3명 가운데 2명만 후보로 오르자 “KT&G 이사회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시비를 걸고 나섰다.

이에 대해 “규정상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한 KT&G는 3월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을 위해 20일부터 위임장 확보에 나선다고 17일 밝혔다.

아이칸 씨 측은 사외이사 추천을 놓고 법정 싸움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칼 아이칸 씨의 기업 공략 단계▼

1단계

―저평가된 자산이 많고 지분이 분산된 투자대상 기업 선정

―은밀히 주식 매입

―일정량 매입 후 지분 보유 사실 공개

―공개 후 자사주 매입 등 주가부양책 요구로 경영진 압박

2단계

―끊임없는 문제제기로 계속 이슈화함

―주주들 결집해 위임장 대결(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위임장을 다수의 주주에게서 받아 M&A를 추진하는 전략)

3단계

―주가 오르면 단기차익 내고 철수

―주가 안 오르면 그린메일(경영권이 취약한 대주주에게 보유 주식을 시가보다 높은 가격에 팔아 이익을 챙기는 행위) 행사

―경영권을 아예 인수해 더 비싼 가격으로 매각하는 사례도 있음

▼아이칸 파트너스 펀드▼

자산규모: 20억 달러

운영자: 칼 아이칸

투자성향: 적대적 M&A로 단기 차익 남기는 헤지펀드, 다른 헤지펀드와 연합해 위임장 대결 통해 적극적 경영 간섭

▼스틸 파트너스▼

자산규모: 17억 달러

운영자: 워런 리크텐스타인

투자성향: 일본과 미국의 기업에 투자, 단기 차익 노리는 헤지펀드, 주식공개매수로 주가 상승 유도, 일본에서 적대적 M&A로 유명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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