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장생이처럼… 얼쑤! 한바탕 놀아볼까”

  • 입력 2006년 2월 1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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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쑤∼!” 16일 오후 경기 안성시 남사당놀이 전수관에서 어름사니(줄타기 고수) 권원태 씨가 흔들거리는 줄 위에서 풍악에 맞춰 묘기를 펼치고 있다. 안성=강병기 기자
“얼쑤∼!” 16일 오후 경기 안성시 남사당놀이 전수관에서 어름사니(줄타기 고수) 권원태 씨가 흔들거리는 줄 위에서 풍악에 맞춰 묘기를 펼치고 있다. 안성=강병기 기자
“잘하면 살판이요, 잘못하면 죽을 판이로다. 어차피 인생은 아슬아슬 위태위태한 줄을 타고 가는 것. 운전하는 것도 하나의 곡예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줄타기일세. 외줄 위에 올라타서 한바탕 걸판지게 놀다 가세. 얼쑤∼.”

16일 오후 경기 안성시에 있는 남사당놀이 전수관.

부채를 쥐고 밧줄 위에 올라탄 어름사니(줄타기 고수) 권원태(39) 씨가 풍악에 맞춰 묘기를 시작했다. 2m 높이의 아슬아슬한 외줄 위에서 뒤에도 눈이 달린 듯 뒤로 걷고, 하늘로 날아올라 한 바퀴 도는 묘기에 500여 명의 관객은 황홀한 듯 탄성과 박수를 보냈다. 둥그렇게 앉은 관객들은 “얼씨구” “얼쑤” “고놈 방정맞다, 방정맞아” “허허” 하는 추임새를 넣어 가며 흥겨운 판을 즐겼다. 권 씨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왕의 남자’에서 ‘장생’ 역인 감우성의 대역으로 출연해 궁궐 지붕 위 30m가 넘는 줄 위에서 붕붕 나는 장면을 찍었던 주인공이다.

영화 ‘왕의 남자’의 영향일까. 광대놀이를 비롯한 전통 연희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국악은 따분한 것이라고 여기던 신세대들도 줄타기, 그림자놀이, 인형놀이 등 전통 연희를 배우러 나서고 있다.

특히 ‘왕의 남자’에서 광대들의 신명나는 놀이판을 벌였던 바우덕이 풍물단이 상주하는 안성 남사당놀이 전수관은 요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전수관 측이 3월 초부터 11월까지 매주 금요일에 열 예정인 강습회에는 60명 정원에 137명이 신청했다. 안성 외에도 서울, 경기 화성시, 충북 진천군 등 외지인 신청자도 많다. 30, 40대가 86명으로 가장 많다.

바우덕이 놀이패 공연 모습. 안성=강병기 기자

정지일(44·한경대 직원) 씨는 “직장생활로 바쁘지만 아이들과 아내와 함께 즐기며 할 수 있는 것이 없을까 생각해서 신청하게 됐다”며 “1년간 풍물을 배운 뒤 온 가족이 함께 사물놀이를 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이곳에는 요즘 무동 타기, 줄타기, 풍물 등을 배우면서 남사당놀이를 본격적으로 전수받는 초중고교생도 많다. 이 같은 열기에 부응해 전수관 측은 4월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6시 반에 시작하는 무료 상설공연을 통해 풍물놀이, 덜미(꼭두각시 인형극), 살판(땅 재주넘기), 어름(줄타기), 덧뵈기(탈놀음), 버나놀이(접시돌리기) 등 남사당놀이 6판을 벌일 예정이다. 낮은 줄에서의 줄타기와 풍물 악기를 두드려 보는 체험관도 마련했다.

안성 바우덕이 풍물단의 징잡이 오전근(48) 씨는 “광대(廣大)란 하늘같이 크고, 땅같이 넓은 사람이란 뜻으로 한두 가지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재담부터 소리, 풍물 등 다방면에 다재다능한 요즘의 탤런트 같은 사람을 일컫는 말”이라며 “천대받아 온 광대놀음에 대해 재조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성=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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