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745년 ‘전지 발명’ 伊볼타 출생

  • 입력 2006년 2월 1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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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600년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가 호박(琥珀)을 이용하여 정전기를 일으켰다. 인류가 처음으로 전기를 인식한 것이다. 그러나 인류는 전기의 이용법은 물론 안정적인 생산법도 알 수 없었다. 18세기에 들어서야 정전기를 발생시키는 기전기와, 전기를 모아 둘 수 있는 라이덴병을 만들어 냈다. 연을 이용하여 번개가 정전기임을 밝힌 것도 이즈음의 일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기는 ‘오락용’이었다. 정전기를 일으켜 머리카락을 들어올리는 것은 신기하기만 했다. 라이덴병에 저장된 전기를 사람에게 갖다 대면 화들짝 놀라니 즐거울 수밖에. 이 ‘전기 놀이’는 세계 곳곳에서 유행했다.

이 무렵 이탈리아에서 인류 문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일어났다.

1745년 2월 18일 이탈리아 코모에서 태어난 알레산드로 볼타가 그 사건의 주인공이다. 그가 1800년 전지를 발명한 것이다.

볼타가 전지를 발명한 것은 볼로냐대의 해부학 교수 루이지 갈바니 덕이다. 1791년 갈바니는 금속 접시에 개구리 다리를 놓고 해부하다 칼을 개구리 다리에 걸쳐 놓았다. 그러자 개구리 다리가 꿈틀거렸다. 갈바니는 이 현상에 주목하고 여러 차례 실험했다. 전선으로 연결된 철과 구리 조각을 개구리 다리의 근육 신경조직에 대면 전기가 흐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이를 ‘동물전기’라고 했다. 유럽의 과학자들이 앞 다퉈 갈바니의 실험을 재연하는 바람에 개구리의 씨가 마를 판이었다.

물리학자 볼타도 갈바니의 발견에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볼타는 같은 종류의 금속을 갖다 댔을 땐 개구리 다리가 움직이지 않음을 알아챘다. 그는 두 가지 금속에 있는 정전기의 양이 서로 달라 전기가 흐르며 개구리 다리는 전선 구실을 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고 봤다. 볼타는 재질이 서로 다른 동전을 혀의 아래 위에 놓고 철사로 연결하면 찌릿찌릿 전기가 통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 현상을 응용하여 구리판과 아연판을 번갈아 쌓고 그 사이사이에 소금물로 적신 종이를 끼웠다. 전선을 연결하자 ‘전류’가 발생하였다. 지속적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볼타전지’가 탄생한 것이다.

해부학자는 ‘동물’에 집착하다 위대한 발견을 놓쳤고 물리학자는 ‘금속’으로 눈을 돌려 전지를 발명했다. 게다가 볼타는 전압의 단위 ‘볼트(V)’에 이름을 남기는 영광까지 누렸다.

오늘날 전지가 사라진다면 이 세상은 온통 ‘먹통’이 되고 말 것이다. 200여 년 전 볼타의 업적이 더욱 빛나는 이유다.

여규병 기자 3spring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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