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공감]피천득 선생 외손자 재키씨 연주회

  • 입력 2006년 2월 18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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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 피천득 선생이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국내 데뷔 무대를 마친 외손자 스테판 재키 씨를 따스하게 격려하고 있다. 전승훈 기자
수필가 피천득 선생이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국내 데뷔 무대를 마친 외손자 스테판 재키 씨를 따스하게 격려하고 있다. 전승훈 기자
“이 앙코르 곡은 저의 할아버지를 위해 바치겠습니다. 쇼팽의 ‘녹턴 C#마이너입니다.”

16일 밤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과의 협연으로 국내 데뷔 무대를 가진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재키(20·하버드대 3년) 씨는 여러 차례 박수를 받은 끝에 다시 무대에 섰다. 아흔여섯 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친지들의 부축을 받으며 음악회장을 찾은 외할아버지 금아 피천득(琴兒 皮千得·수필가) 선생을 위한 앙코르곡을 선사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노르웨이 출신 지휘자 아릴 레머라이트의 지휘로 브루흐의 ‘스코틀랜드 환상곡’을 연주한 재키 씨는 섬세한 감수성과 집중력 있는 연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앙코르 곡으로 선택한 쇼팽의 ‘야상곡’은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폴란드 출신의 피아니스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이 독일군의 공습 당시 연주했던 곡. 바이올린 곡으로 편곡된 재키 씨의 ‘야상곡’ 선율은 눈시울을 적시게 할 정도로 슬프고도 아름다웠다.

재키 씨는 연주회를 마친 후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할아버지를 반갑게 껴안았다. 피 옹은 “기대했던 것보다 정말 잘했다. 좋다”는 말을 연발했다. 좀처럼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던 재키 씨의 어머니 피서영(미국 보스턴대 물리학과 교수) 씨도 “할아버지를 위한 앙코르 곡은 정말 예상치 못했는데, 나도 깜짝 놀랐다”며 아들을 꼭 안아 주었다. ▶본보 14일자 A12면 참조

재키 씨는 “최근 연습한 곡 중 가장 자신 있는 곡을 앙코르 곡으로 골랐다”며 “할아버지가 건강을 잘 지키셔서 다음번에 한국에서 연주할 때도 꼭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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