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核, 대한민국은 돈만 대는 봉인가

  • 입력 2006년 2월 18일 03시 05분


코멘트
지난달 초 종료된 북한 신포 경수로사업의 청산 비용을 한국이 전액 부담할 것이라고 한다. 한미일 3국이 비용 분담 문제를 협의한 결과 그렇게 합의했다는 것이다. 대신 한국은 경수로 건설현장의 장비와 시설에 대한 자산 처분권을 갖는다고 한다. 북핵 문제에 관한 한 한국의 역할이란 끝까지 ‘돈 대는 역할’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청산 비용은 2억∼3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건설업체와 부품 공급업체에 지불해야 할 대금과 위약금이 대부분이다. 여기에다 북이 압류하고 있는 건설현장의 장비와 차량, 원자재 등을 빼내오는 데 또 얼마가 들지 모른다. 돈으로 치면 455억 원어치에 이른다는데 북이 순순히 내줄까. 이와는 별도로 북이 경수로 중단 보상금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미국과 일본이 손떼고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마저 사실상 해체됐으니 누구에게 보상금을 달라고 하겠는가.

그런데도 정부 당국자들은 ‘6자회담의 진전에 따라 경수로 제공이 다시 논의되면 자산 처분권을 갖고 있는 한국이 논의를 주도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신포 경수로도 되살릴 수 있다’고 한다. 국민을 이렇게까지 호도할 수 있을까. ‘적절한 시점에 경수로 제공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한 작년 9·19 베이징합의에도 불구하고 미 측은 이미 경수로를 북핵 해법에서 지워버렸다. 이를 알면서도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가.

설령 경수로 공사가 재개돼도 기존 분담 비율에 준해 한국이 다시 공사비의 대부분을 부담할 수밖에 없게 돼 있다. 청산 비용 대다가, 공사가 재개되면 공사비도 내야 하는 딱한 처지가 돼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북에 주기로 한 전력 200만 kW가 면제되는 것도 아니다. 정부의 성급한 대북(對北) 제의로 전력과 경수로는 이미 별개가 되어 버렸다. 베이징합의도 그렇게 돼 있다. 전력 제공 비용은 또 누가 낼 것인가. 모두 국민의 세금에서 나간다.

정부는 이제라도 협상 과정을 공개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청산 비용만 해도 KEDO가 공동 계약자인데 왜 우리만 부담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항목은 어떻게 돼 있는지 등을 소상히 밝혀야 한다. 어물쩍 넘어가서 될 일이 아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