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논평/김순덕]참여정부 3년의 성적표

  • 입력 2006년 2월 17일 13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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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3년의 성적표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행정개혁 시민연합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5점 만점에 평균 2.43점이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보다 더 떨어진 점수입니다.

여론조사 기관인 입소스코리아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69%가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100점 만점으로 따지면 두 조사에서 모두 50점도 안되는 낙제점을 받은 것입니다.

참여정부 3년의 성적표

하지만 정작 정부 내에서는 이런 국민들의 평가를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이제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면서 언론이 경제 위기론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정말 언론에서 거짓말로 경제가 위기라고 우기는 것일까요.

지금 마침 한국경제학회 등 경제학 관련 학회 40곳이 참여하는 공동 학술대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새로 한국경제학회 회장이 된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우리 경제가 많은 어려움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바로 참여정부,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입니다.

저는 경제학자들이 학자의 양심을 걸고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정부에 있는 것입니다. 임기 2년을 남겨놓은 지금이라도 정부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겸허하게 따져보고, 이제라도 해결책을 찾는 것이 상식에 맞는 일입니다.

참여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가 국민들 머리 꼭대기에 서서, 모든 일을 다 하겠다는 오만에 있습니다. 기업은 제 욕심만 차린다, 학자들도 틀렸다, 국민은 아무것도 모른다…이런 관점에서 참여정부는 3년 전에 집권한 ‘개혁 세력’만이 가장 올바른 경제정책으로 나라를 이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고 말하면 당장 수구, 보수, 꼴통으로 몰리고 맙니다. 이것이 지금 참여정부가 공격하고 있는 언론의 모습입니다.

며칠 전 노무현 대통령은 “아주 잘 정리된 정부 보고서가 나왔다”고 칭찬을 했습니다. 국민경제자문회의가 만든 ‘동반성장을 위한 새로운 비전과 전략’이라는 보고서입니다. 그런데 여기 나온 내용은 이미 전문가들이, 그리고 언론이 입이 아프게 지적했던 것들입니다.

기업과 개인이 최대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시장 기능’을 존중하고, 정부는 지원과 보완만을 하라는 내용입니다. 세계적 추세도 이렇게 가고 있습니다. 또 우리의 시장은 참여정부보다 유능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부는 “정부가 시키는 대로 시장은 따라만 오라”는 식이어서 우리 경제가 이 모양이 된 것입니다.

나라 경제가, 참여정부가 잘못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이제는 노무현 정부가 ‘나만이 옳다’는 오만을 버리고, 개과천선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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