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약사 부부 둘째아이 키우기]<20>수두 경계령

  • 입력 2006년 2월 17일 04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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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에 사는 승민이의 외사촌 혜원이와 승민이는 단짝 친구다. 이들은 지난 주말 내내 혜원이네 집에서 같이 놀았다. 그런데 이틀 뒤 승민이에게 혜원이 접근 경계령이 떨어졌다.

“당분간 우리 집에 오지 마라.”

혜원이가 전염성이 강한 수두에 걸린 것이다. 혜원이가 열이 나면서 다리에 좁쌀만 한 물집이 잡히기에 병원에 갔더니 수두라는 것이다.

처형은 의아해 했다. 분명히 수두 예방접종을 했는데 왜 수두에 걸리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예방접종을 했다고 수두가 100% 예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접종한 아이들 중 5%는 수두 환자와 접촉하면 수두에 걸린다. 다만 접종의 효과로 걸려도 가볍게 앓고 넘어가는 것으로 그친다.

혜원이에겐 물집이 20개 정도 생겼고, 사흘 만에 딱지가 생기면서 가라앉고 있다. 문제는 우리 두 딸이다. 물집이 잡히기 1, 2일 전부터 수두는 전염되기 시작하는데, 승민이는 수두 접종을 하지 않은 것. 당시만 해도 수두접종은 엄마들의 선택에 맡기는 임의접종이었다.

작년부터 수두와 독감 예방접종이 기본접종에 포함됐다. 접종을 안 한 상태에서 수두에 걸리면 평균 250∼500개의 물집이 생기며 호되게 앓아야 한다.

“그럼 승민이는 꼼짝없이 수두에 된통 걸리는 거야?”

아내는 걱정이 대단했다. 그러나 방법이 있다. 돌 지난 아이들은 수두 환자와 접촉한 후 72시간 이내에 수두접종을 하면 된다. 그러면 수두에 걸리는 것을 90% 정도 예방할 수 있고 수두에 걸려도 가볍게 앓는 편이다. 효과가 떨어지지만 늦어도 5일까지는 접종을 해 주는 게 좋다.

이제 아내는 지원이가 걱정이다.

“돌 이후에나 접종을 할 수 있다는데, 돌이 안 된 지원이는 어떻게 하지?”

지원이처럼 돌이 안 된 아이들은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면역력에 의지해야 한다. 엄마가 수두를 앓은 경우엔 엄마에게서 물려받은 수두 항체 때문에 수두에 잘 걸리지 않는다. 다행히 아내는 초등학생 때 수두를 심하게 앓았다.

그래도 수두 환자와 접촉하지 않는 게 가장 확실한 수두 예방법이다. 형제 사이에 수두가 옮을 확률은 90%나 되기 때문.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다. 승민이의 손발을 열심히 닦아 주고 수건 사용도 철저히 분리했다. 하지만 혼자서 좋아했다 미워했다 하면서도 승민이는 지원이를 늘 쫓아다닌다.

“걱정돼, 둘 중 하나는 꼭 수두에 걸릴 것 같아.”

“애들을 믿어. 워낙 튼튼하잖아!”

우리 부부는 내기를 했다. 수두 바이러스의 잠복기가 10∼21일은 되므로 그때까진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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