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사은회 왜 하나요” 초등교 “개근상이 뭐에요”

  • 입력 2006년 2월 1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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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졸업 시즌에 사은회(謝恩會)와 개근상(皆勤賞)이 졸업 풍경에서 사라지고 있다. 제자들이 그동안 자신을 가르친 스승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졸업 시즌마다 해 왔던 대학가의 사은회는 이제 교수의 ‘학생 환송회’로 바뀌고 있을 정도다. 초등학교 졸업식의 ‘단골 상장’이었던 개근상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해외연수, 체험학습, 교환학습 등으로 학교를 결석하는 아이가 많기 때문이다. 대신 ‘가창상’ ‘영어말하기상’ 등 특기를 칭찬하는 상을 만들어 개근상 대신 주는 학교가 많아지고 있다.》

▼대학가 “사은회 왜 하나요”▼

서울 S대 컴퓨터학과 교수들은 제자들이 열어 주는 사은회 대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제자들을 위해 조촐한 환송회를 마련했다. 하지만 행사 당일 교수는 10명이나 참석한 반면 주인공인 졸업생은 90여 명 중 겨우 5명만 나타났다.

이날 환송회에 참석한 한 교수는 “형식적인 사은회를 하고 싶지 않아 교수들이 일부러 졸업생 환송회를 준비했는데 학생이 너무 적어 허탈하고 민망했다”고 말했다.

D대 전기공학과의 한 교수는 며칠 전 열린 사은회에 갔다가 마음만 상해 돌아왔다.

사은회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받고 기분 좋게 찾아간 식당엔 교수 9명과 졸업생 50명 중 5명만이 와 있었다.

10년 전만 해도 대학 게시판과 캠퍼스 곳곳에는 사은회 안내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 자리엔 졸업파티, 졸업여행 등의 포스터가 대신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은회가 사라지는 이유는 학부제로 학생이 늘어나면서 학생과 교수 간 유대관계가 느슨해졌고 복수전공과 부전공 확대로 전공과에 대한 소속감이 예전보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E대를 졸업하는 이모(24) 씨는 “강의만 들었을 뿐 개인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눈 학과 교수가 거의 없다”며 “과 학생회에서 사은회 참석 여부를 조사했는데 대부분 가지 않겠다고 해서 사은회가 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높은 실업률과 적지 않은 행사 비용도 학생들이 사은회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D대를 졸업하는 박모(27) 씨도 “사은회 비용으로 최소한 3만∼5만 원은 내야 하는데 친하지도 않은 교수님과 한 번 식사하는 데 그 정도의 비용을 들이고 싶지 않다”며 “또 취업도 아직 못한 상태에서 교수님을 뵙는 것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초등교 “개근상이 뭐예요”▼

초등학교 졸업식에서는 개근상이 사라지고 있다.

서울 용산구 삼광초교는 15일 열린 졸업식에서 졸업생 157명 모두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 아이들은 개근상 대신 독서상, 미술기능상, 과학탐구상 등 졸업생 개개인의 특성을 살린 ‘맞춤상’을 받았다.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아주초교도 15일 열린 졸업식에서 23개 영역에 걸쳐 졸업생에게 개인상을 수여했지만 개근상은 개인상 영역에 포함되지 않았다.

현재 초등학생은 학교장의 허가를 받아 국내 3개월 이내, 국외 1개월 이내로 교환학습을 갈 수 있다.

또 학부모와 학생이 희망하면 언제든지 현장 체험학습을 떠날 수 있고 교환학습과 체험학습 모두 출석으로 인정된다. 사실상 한 번도 결석하지 않고 성실히 학교를 다닌 공로를 인정하는 개근상의 의미가 사라진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임세훈(任世薰) 장학사는 “과거에는 개근을 해야 성실한 학생이라고 생각했으나 지금은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며 “서울시내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 개근상을 없앤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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