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09년 인디언추장 제로니모 사망

  • 입력 2006년 2월 1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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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말로 ‘제로니모’는 ‘하품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이름과는 달리 제로니모 추장은 역사상 가장 용감하고 명민한 인디언 전사로 통한다. 그는 1909년 2월 17일 미국 오클라호마의 미군 요새에서 사망했다. 여든의 나이였다.

아파치족 소년들은 지치지 않고 달리고, 날렵하게 몸을 피해 숨고, 육박전에 뛰어난 전투원이 되도록 길러진다. 부족의 전투 교관은 “네 누이나 아버지나 어머니가 아니라 네 다리, 머리, 눈, 손이 네 친구이다”라고 가르친다. 소년 제로니모도 이런 가르침을 받고 자랐다. 그는 들판에서 즐겁게 뛰어놀며 아이다운 유년시절을 보냈지만 이는 어른이 돼 용맹스러운 전사로 이름을 날리는 힘이 됐다.

열일곱 살에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여자와 결혼해 세 아이를 두었다. 그러나 멕시코 군대의 약탈로 가족을 모두 잃었다. 그는 부족을 이끌고 복수 전투에 나섰다. 오랜 전투 인생의 시작이었다.

삶의 터전인 애리조나에 백인들이 들어와 자리 잡았을 때 제로니모는 백인들과 사이좋게 지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백인들은 번번이 그를 배신했다. 1885년 미군과의 전투가 시작됐다. 추장들은 제로니모의 지혜와 전투능력에 전적으로 의지했다. 미군조차 그보다 영리하고 튼튼한 전사는 없다고 인정했다. 그는 미군에게는 악마였고 아파치족에게는 영웅이었다.

뛰어난 전사였지만 생활인이기도 했다. 평생 모두 여덟 명의 아내를 두었는데 네 명은 멕시코인에게 살해됐고 네 명은 미국 정부에 의해 억류됐다.

어쩌면 전투의 결말은 예정돼 있었을 것이다. 인디언 부족이 미국 정부와 맞서 이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886년 9월 4일 제로니모가 투항함으로써 미국 정부와 인디언 간의 전쟁이 막을 내렸다. 미국 정부는 제로니모와 부족민들을 오클라호마의 실 요새로 강제 이송했다. 그는 생애 마지막 날까지,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투항한 것을 후회하고 비통해했다.

백인에게 가장 악명 높은 인디언이었던 그가 오늘날 미국에서 용맹의 상징이 된 것은 아이로니컬하다. 미국인들은 군사용 헬기에 아파치라는 이름을 붙였고, 공수부대 낙하병들은 비행기에서 뛰어내릴 때 “제로니모!”라고 소리친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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