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현지 시간) 세계 성공회(聖公會)의 심장부인 영국 런던 동남쪽 켄트지방의 캔터베리 대성당 지하 가브리엘 채플. 성공회 수녀 2명뿐만 아니라 가톨릭 수녀 3명, 불교 비구니 스님 5명, 원불교 교무 6명 등 한국에서 온 여성 수도자 모임인 삼소회 회원 16명이 성공회의 성가 ‘오소서 평화의 임금’을 부르며 기도모임을 가졌다.
캔터베리 대성당은 삼소회 회원들이 한국 전남 영광의 원불교 성지(5일), 인도의 불교 성지(7∼12일) 순례를 마치고 세 번째로 찾은 성지(聖地)다. 1000년에 가까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중세의 고딕 건축양식과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가 유명하며 제프리 초서의 기행문 ‘캔터베리 이야기’의 배경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수녀 스님 교무들은 이날 기도를 통해 “곤경에 처한 사람들이 환난을 벗어나 행복을 누리고, 서로가 증오와 폭력과 복수심을 버리고 화해와 평화를 이룰 수 있게 해 달라”고 기원했다.
이날 기도회에는 성공회 런던교구 한국인 관할 사제인 조항식 신부와 프란시스코 수도회 소속인 콜린 윌프레드 수사, 한국에서 건너온 같은 수도회의 스테판 최 수사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어 다른 성지에서와 마찬가지로 삼소회 기원문이 낭독되었다.
“… 저희들의 이 기도가 비록 미미한 한 방울의 물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세계 평화의 바다를 향하여 흘러가 전 인류의 가슴을 적시고 일체 생명을 자비로, 사랑으로, 은혜로 감싸 안기를 기원하오며 진정으로 이 시대의 모든 종교인들이 세계 평화를 꽃피우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기를 기원하나이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성공회 성가 ‘한빛에서 많은 빛이 나오네’를 함께 부르며 기도모임을 마쳤다.
“이 세상에 많은 선물 있지만 가장 큰 선물 사랑, 그 안에서 우리 한 몸을 이루네 사랑.”
원불교 김효철 교무는 “전에는 기독교의 예배나 미사가 생소했는데 오늘은 전혀 이질감이나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며 “그동안 여행을 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생겨서인지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 날인 15일 오전 삼소회 일행은 지난해 7월 7일 버스폭탄테러가 발생했던 장소 바로 옆인 타비스톡스 스퀘어 가든을 방문해 장미꽃 한 송이씩을 바치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캔터베리=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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