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천년 聖地에 울린 평화의 기도…성지순례 나선 삼소회

  • 입력 2006년 2월 1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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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소회 회원들이 15일 영국 런던 시내 타비스톡스 스퀘어 가든을 방문해 지난해 7월 7일 이 인근에서 발생한 런던 폭탄테러 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런던=윤정국 문화전문기자
삼소회 회원들이 15일 영국 런던 시내 타비스톡스 스퀘어 가든을 방문해 지난해 7월 7일 이 인근에서 발생한 런던 폭탄테러 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헌화하고 있다. 런던=윤정국 문화전문기자
“오소서 평화의 임금 우리가 한 몸 이루게 하소서.”

14일 오후(현지 시간) 세계 성공회(聖公會)의 심장부인 영국 런던 동남쪽 켄트지방의 캔터베리 대성당 지하 가브리엘 채플. 성공회 수녀 2명뿐만 아니라 가톨릭 수녀 3명, 불교 비구니 스님 5명, 원불교 교무 6명 등 한국에서 온 여성 수도자 모임인 삼소회 회원 16명이 성공회의 성가 ‘오소서 평화의 임금’을 부르며 기도모임을 가졌다.

캔터베리 대성당은 삼소회 회원들이 한국 전남 영광의 원불교 성지(5일), 인도의 불교 성지(7∼12일) 순례를 마치고 세 번째로 찾은 성지(聖地)다. 1000년에 가까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중세의 고딕 건축양식과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가 유명하며 제프리 초서의 기행문 ‘캔터베리 이야기’의 배경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수녀 스님 교무들은 이날 기도를 통해 “곤경에 처한 사람들이 환난을 벗어나 행복을 누리고, 서로가 증오와 폭력과 복수심을 버리고 화해와 평화를 이룰 수 있게 해 달라”고 기원했다.

이날 기도회에는 성공회 런던교구 한국인 관할 사제인 조항식 신부와 프란시스코 수도회 소속인 콜린 윌프레드 수사, 한국에서 건너온 같은 수도회의 스테판 최 수사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어 다른 성지에서와 마찬가지로 삼소회 기원문이 낭독되었다.

“… 저희들의 이 기도가 비록 미미한 한 방울의 물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세계 평화의 바다를 향하여 흘러가 전 인류의 가슴을 적시고 일체 생명을 자비로, 사랑으로, 은혜로 감싸 안기를 기원하오며 진정으로 이 시대의 모든 종교인들이 세계 평화를 꽃피우는 데 혼신의 힘을 다하기를 기원하나이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성공회 성가 ‘한빛에서 많은 빛이 나오네’를 함께 부르며 기도모임을 마쳤다.

“이 세상에 많은 선물 있지만 가장 큰 선물 사랑, 그 안에서 우리 한 몸을 이루네 사랑.”

원불교 김효철 교무는 “전에는 기독교의 예배나 미사가 생소했는데 오늘은 전혀 이질감이나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았다”며 “그동안 여행을 하며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이 생겨서인지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음 날인 15일 오전 삼소회 일행은 지난해 7월 7일 버스폭탄테러가 발생했던 장소 바로 옆인 타비스톡스 스퀘어 가든을 방문해 장미꽃 한 송이씩을 바치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캔터베리=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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