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지역대출 주택담보비율 “40%룰? 쇠귀에 경 읽기!”

  • 입력 2006년 2월 1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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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서 아파트를 사려고 하는데 돈이 조금 모자랍니다. 강남구는 투기지역으로 묶여 있어 아파트 담보대출 비율이 적지 않나요?”(고객 김모 씨)

“정부가 대출 비율을 시세의 40∼60%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신경 쓰면 80%까지 대출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많습니다.”(보험사 대출상담원)

김 씨는 최근 2억5000만 원으로 강남의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샀다. 전세금 2억5000만 원을 끼고 보험회사에서 5억 원을 대출 받았다. 취득·등록세와 이자가 약간 부담스럽지만 시세차익이 그보다 훨씬 클 것으로 생각한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만든 담보인정비율(LTV·Loan To Value) 규제가 시장에서 먹히지 않고 있다.

본보 기자들이 직접 제2금융권에서 아파트 담보대출 상담을 받아 본 결과 대부분 대출 제한 규정을 넘어선 금액을 대출해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초부터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LTV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실태 조사를 벌이는 중이다.

○담보인정비율 제도란

금융감독원은 2002년 9월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LTV 규제를 시작했다.

정부가 투기지역으로 지정한 곳은 담보대출 금액이 시세의 60%를 넘을 수 없다는 상한선을 뒀고 이 비율을 2003년 5월에 50%, 2005년 6월에는 40%로 내렸다.

예를 들어 시가가 10억 원인 아파트는 최고 4억 원까지만 대출 받을 수 있다.

이 규정은 은행과 보험사에 모두 적용된다.

부동산 투기 세력이 여유 자금이 아니라 금융권의 담보대출을 활용해 적은 돈으로 여러 채의 집을 사고 이것이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판단에 따라 마련한 제도다.

○제2금융권은 감독의 사각(死角)지대

본보가 직접 6개 보험사에 대출 상담을 해 본 결과 4곳은 직장인이 재직증명서와 소득증명 서류만 제출하면 아파트 시세의 70∼80%까지 대출해 주겠다고 했다.

A보험사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 제한 규정을 알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아예 드러내 놓고 규정을 어기고 있는 것.

그는 또 투기지역에서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살 때 4억 원은 은행에서 대출 받고 3억 원은 보험사에서 빌릴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B보험사 상담원은 아예 그런 규정이 있는지 모르고 있다고 답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은 그나마 대출한도 규정을 지키고 있지만 제2금융권은 아직도 정부 규정을 넘어서 대출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감독 규정의 허점을 노린다

현행 담보대출 제한 규정은 개인에게만 적용된다.

따라서 개인 사업자들은 개인이 아닌 사업자 명의로 투기지역에서도 시세의 최고 80%까지 대출 받을 수 있다. C보험사 상담원은 “개인사업자는 은마아파트 31평(시가 8억 원 가정)을 담보로 6억6000만 원(82%)까지 대출 받을 수 있으며 금리는 7%대”라고 말했다.

그는 “집을 담보로 사업자금을 대출 받을 때는 금융회사가 용도를 확인해야 하지만 실제로 확인하는 곳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 투기지역에서 6억 원이 넘는 아파트라도 대출 기간이 10년을 넘고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 나가는 조건이면 LTV가 60%로 올라간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상당수의 고객이 10년 이상 장기 대출을 받은 뒤 중간에 중도상환 수수료를 내고 대출금을 갚는 형식으로 시가의 60%까지 대출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도상환 수수료는 대출 금액의 1% 수준이어서 부동산 시세차익을 노리는 사람에게는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일부 은행은 지점장 권한으로 중도상환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 자금 공급을 막아야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유세 인상과 재건축 이익 환수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효과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1월 한 달간 0.9%, 12월 1.2%, 2006년 1월 2.2% 등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정부가 이달 초 재건축 관련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뒤 재건축 아파트 값 상승률은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다.

그동안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주요 배경 중 하나는 저(低)금리를 바탕으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2000년 말 54조8000억 원에서 작년 11월 말 188조8000억 원으로 늘어난 것.

금융연구원 강경훈 연구위원은 “부동산 시장의 투기적 수요를 막기 위해서는 자금 공급을 끊어야 하는데 효율적인 방법이 LTV 규제”라며 “이것이 무너지면 부동산 투기가 반복적으로 이뤄져 결국 부동산 시장의 잠재적인 불안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은행과 보험회사의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
대출 기간투기 지역투기 과열 지역기타 지역
주택아파트주택아파트주택아파트
3년 이하50%40%50%50%60%60%
3년 초과∼10년 이하60%40%60%60%60%60%
10년
초과
담보가액 6억 원 초과60%40%60%60%60%60%
담보가액 6억 원 이내60%60%60%60%60%60%
대출 기간에는 제한 없음. 개인사업자가 2005년 7월 1일 이전에 취득한 주택에 대해서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LTV를 책정할 수 있음.- 자료: 금융감독원

상호저축은행 LTV
투기 지역투기 과열 지역기타 지역
60%70%70% 이상 가능
대출 기간에는 제한 없음. 개인사업자가 2005년 7월 1일 이전에 취득한 주택에 대해서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LTV를 책정할 수 있음. 자료: 금융감독원

김두영 기자 nirvana1@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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