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19>密雲不雨

  • 입력 2006년 2월 1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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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곧 생길 것 같은 상황이나 분위기가 있다. 이런 상황이나 분위기를 ‘密雲不雨(밀운불우)’라고 한다. ‘密’은 원래 ‘깊은 산’을 의미한다. ‘깊은 산’은 깊숙하고, 조용하고, 고요하며 그윽하다. 그러므로 ‘密’에는 ‘깊숙하다, 조용하다, 고요하다, 그윽하다’라는 뜻이 있다. 산이 깊숙하면 숲은 빽빽하게 보이며, 깊숙하면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密’은 ‘빽빽하다, 숨기다’라는 뜻을 갖는다. 빽빽한 것은 서로 가까이 붙어 있는 것이므로 이로부터 ‘가깝다, 친하다’라는 의미가 나오며, ‘빽빽하다’로부터 ‘자세하다’라는 의미도 나온다. ‘숨기다’에서 ‘몰래, 비밀스럽게’라는 뜻도 나오게 된다. 이들이 모두 ‘密’의 의미가 된다. ‘親密(친밀)’은 ‘친하고 가깝다’라는 의미이며, ‘細密(세밀)’은 ‘가늘고 자세하다’라는 뜻이다. ‘密愛(밀애)’는 ‘비밀스러운 사랑’이며, ‘內密(내밀)’은 ‘안으로 숨기다’라는 뜻이다. ‘密雲不雨’의 ‘密’은 ‘빽빽하다’라는 뜻이다.

‘雲(운)’은 ‘구름’이다. 구름이 끼면 항상 비가 오게 되므로 ‘雲雨之情(운우지정)’은 항상 함께 있는 감정, 곧 남녀간의 性合(성합)을 나타내기도 한다. ‘不(불)’은 ‘아니다’라는 뜻이다. ‘雨’는 ‘비, 비가 내리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雨’와 ‘後(뒤·후), 送(보낼·송), 傘(우산·산)’이 합쳐진 ‘雨後送傘’은 ‘비 온 뒤에 우산을 보내다’라는 말이 된다. 비가 온 뒤에 우산을 보내서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 말은 결국 ‘무슨 일이 끝난 뒤에 하는 쓸 데 없는 행위’를 뜻한다. 우리 속담으로는 ‘행차 뒤에 나팔’이 이에 해당한다. ‘雨’에는 이와 같이 ‘비가 내리다’라는 뜻이 있으므로 ‘不雨’는 ‘비가 내리지 않다’라는 말이 된다.

이상의 의미를 모으면 ‘密雲不雨’는 ‘빽빽한 구름인데 비가 내리지 않는다’, 즉 ‘구름이 빽빽하게 끼었는데도 비가 내리지 않는다’라는 말이 된다. 이 말은 바로 ‘곧 비가 내릴 것 같은데 아직 비가 오지 않는다’라는 말로 풀이된다. 따라서 ‘密雲不雨’는 무슨 일이 곧 발생할 것 같은 상황을 나타낸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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