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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代들 ‘유쾌한 취업반란’…궁능관람 지도위원으로 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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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代들 ‘유쾌한 취업반란’…궁능관람 지도위원으로 선발

입력 2006-02-16 02:59수정 2009-09-3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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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능 관람안내 지도위원’으로 선발된 권성기 씨가 15일 오후 다음 주부터 자신이 근무하게 될 서오릉을 미리 둘러보고 있다. 고양=이동영 기자

“많은 노인이 일도 없이 집에서 쉬고 있는데 우리 문화재의 소중함을 알려 주는 중책을 맡게 돼 의욕이 솟구칩니다. 멋진 설명으로 문화재 해설사 가운데 최고 인기 스타가 되는 게 다음 목표입니다.”

15일 오후 경기 고양시 서오릉(사적 198호)을 찾은 권성기(權聲基·74·고양시 마두1동) 씨의 음성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현역 시절 경찰서장으로 많은 부하 직원을 통솔할 당시의 활력이 되살아난 듯했다.

권 씨는 문화재청이 15일 발표한 ‘궁·능 관람안내 지도위원’ 모집 최종 합격자 중 한 명. 70세 이상의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공모에는 104명이 응모해 서류전형, 외국어 능력 검증을 포함한 면접시험, 신체검사 등을 거쳐 10명이 최종 선발됐다.

79세의 전직 대학 학장, 77세의 전직 사진기자, 73세의 전직 방송사 상무, 전직 기업체 사장…. 합격자들의 면면은 현역 시절 우리 사회를 이끌었던 역전의 노장이다.

이들은 다음 주부터 창경궁 덕수궁 종묘 서오릉 선정릉 등에 1명씩 배치돼 관람 안내와 질서 유지, 문화재 관리 지원 등을 맡게 된다. 일당 3만여 원으로 보수는 높지 않지만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중책을 다시 맡았다는 기쁨 덕분인지 합격자들의 의욕은 한없이 높아 보였다.

15일 오후 합격 통지를 받은 권 씨는 곧바로 서오릉에 찾아가 직원들과 인사하고 자신이 준비해야 할 사항을 묻는 등 ‘준비된 지도위원’의 면모를 과시했다. 37년간 경찰로 근무하다 1989년 경무관으로 정년퇴임한 그는 “서울 종로경찰서 근무 시절 경복궁과 덕수궁, 종묘 등의 경비를 담당하며 갖게 된 문화재에 대한 애정이 이번에 응시한 주요 동기가 됐다”며 “역사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보람된 일을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권 씨는 “오전 5시면 일어나 조깅을 1시간 하는 것으로 체력을 단련하고 동아일보 등 주요 신문을 꼼꼼히 읽으며 세상 소식을 접해 왔다”며 “문화재에 대해 좀 더 공부하면 누구보다도 쉽고 정확하게 설명할 자신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전직 교장과 최고경영자(CEO)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물리친 비결에 대해 “나이 들어서도 운동을 열심히 하고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까지 공부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무직’ 상태였는데 황혼기에 다시 명함을 갖게 됐습니다. 이제는 능력 본위의 시대입니다. 새 직장을 잡았으니 능력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해 일할 겁니다.”

고양=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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