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떠나면 나라 조용해지겠죠”…조기숙 홍보수석 사퇴

  • 입력 2006년 2월 1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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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입’을 자처한 조기숙(趙己淑·사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17일 물러난다.

조 수석은 15일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수석비서관을 사퇴하고 학교(대학교수)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17일 청와대에 들어왔으니 꼭 1년 만에 떠나는 셈이다.

조 수석은 취임 초부터 노무현 리더십의 전도사라 자임하며 특유의 ‘튀는 독설’로 대언론, 대야 비판의 선봉에 섰다. 그는 곳곳에서 언론에 대한 적의(敵意)를 드러냈다.

지난해 8월 한 라디오 방송에서 그는 “대통령은 21세기에 계시고 국민은 아직도 독재시대 문화에 빠져 있다”고 발언해 시민단체의 반발을 사는 등 파문을 일으켰다.

또 지난해 4월엔 “언론이 한미동맹을 흔들어서 국민의 불안감을 조성해 ‘안보장사’를 하려는 게 아니냐”고 주장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조 수석은 언론에 대해 ‘적대적 정책’을 강하게 추진했다. 지난해 비판 언론에 대한 정부 관계자의 기고나 인터뷰를 제한하는 정책홍보 기준을 밀어붙였다.

그는 지난해 11월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정책홍보 기준에 대한 문제 제기에 대해 “(비판 언론에 글을 쓰는) 정무직에게는 항상 자유로운 선택의 길이 열려 있다”며 ‘싫으면 나가라’ 식의 주장을 폈다.

조 수석과 언론이 첨예하게 대립하자 열린우리당에서도 그의 교체 요구가 끊임없이 나왔다. 당의장 경선에 나선 김영춘(金榮春) 후보는 10일 공개적으로 조 수석의 해임을 요구하기도 했다.

조 수석이 물러나는 배경에는 미국에서 유학 중인 두 아들의 진학 문제도 있지만 안팎의 해임 요구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그는 18일 미국으로 떠나 6개월 정도 안식년을 보낸 뒤 가을 학기부터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로 강단에 다시 설 예정이다.

그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고별사’에서 “기왕이면 좀 더 완곡하고 부드럽게 표현하지 못한 게 후회되지만 역할 분담을 한다는 생각에 악역을 자처한 면도 있었으니 너그럽게 용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가 떠나면 청와대는 물론이고 나라가 조용해질 것 같아 한편으로 매우 기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사퇴 의사를 밝힌 조 수석의 후임으로는 이백만(李百萬) 국정홍보처 차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16일 인사추천회의를 열어 후임 인선을 매듭지을 계획이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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