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사돈 음주운전 확인…남은 의혹은?

  • 입력 2006년 2월 1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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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순 경찰청장이 15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출석해 노무현 대통령의 사돈 배병렬 씨의 음주운전 사고 은폐 의혹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이택순 경찰청장이 15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에 출석해 노무현 대통령의 사돈 배병렬 씨의 음주운전 사고 은폐 의혹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음주사고를 냈는데 최초 사건 담당 경찰이 음주 부분을 빼고 단순한 ‘물피(물적 피해) 사고’로 처리한 것일 뿐 외압은 없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사돈 배병렬(60·노 대통령 아들 건호 씨의 장인) 씨가 낸 2003년 교통사고 사건에 대한 15일 경찰청의 결론은 이렇게 요약된다.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아니었다는 청와대와 경찰의 지금까지 주장을 뒤집은 것이긴 하지만 여전히 외압은 부인하는 내용이다.

이에 한나라당이 “대통령의 사돈을 비호하기 위한 ‘권력형 봐주기’가 사실로 확인됐다”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 외압 없었다?=청와대는 배 씨의 음주교통사고를 두 번 인지할 기회가 있었다. 첫 번째는 2003년 4월 교통사고 당일이다.

배 씨는 경남 진해시 진례면 신월리에서 임모 경사의 차를 들이밭는 음주교통사고로 김해경찰서 진례파출소에 연행되자 대통령민정비서관실 대통령 친인척 담당 행정관인 김모 경정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경정은 이후 김해경찰서 정보과장에게 전화해 사건 경위를 파악해 달라고 부탁했을 뿐 배 씨의 음주 사실은 몰랐고 외압을 가한 일도 없다는 게 청와대의 주장이다.

그러나 과연 파출소 경찰관이 음주 관련 사항을 보고하지 않고 임의로 이를 처리할 수 있었겠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청와대가 김해경찰서 정보과장에게 전화한 것 자체가 경찰에게는 ‘알아서 선처해 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임 경사가 배 씨의 음주사고를 주장하며 청와대에 민원을 제기하자 대통령 행정관은 2004년 9월 임 경사를 직접 면담하기도 했다. 음주 사실을 알 수 있는 또 다른 기회였지만 청와대는 임 경사를 직접 만나고도 음주는 몰랐다고 주장한다.

이어 경남경찰청이 그해 11월 이 사건에 대해 직접 감찰조사를 벌였다. 경남경찰청은 당시 현장 근무자와 파출소장만을 불러 조사했을 뿐 사건을 목격한 주민이나 현장에 동행했던 전경 등은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4개월 뒤인 2005년 3월 음주운전 증거가 없다며 내사종결 처리했다.

이를 근거로 청와대는 지금까지 “음주가 아니다”는 주장을 되풀이해 왔다. 음주가 아닌 만큼 외압을 가할 이유도 없었다는 것. 뒤늦게 청와대는 “배 씨가 음주운전 사실을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조사가 나올 때까지 음주운전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임 경사는 “당시 김해서장과 김해서 정보과장 등에게서 배 씨와 합의하기를 종용받는 등 여러 차례 외압이 있었다”며 “지금이라도 국회나 검찰에서 배 씨와 대질조사를 받고 싶다”고 했다.

▽하위직 경찰의 책임?=경찰청은 당시 김해서 진례파출소 이모 경장이 적극적으로 사건을 처리하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배 씨가 대통령의 사돈이라는 사실에 부담을 느끼던 중 피해자 임 경사가 ‘아버지의 친구분이고 같은 고향 사람’이라며 배 씨를 파출소에서 데리고 나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임 경사가 이후 배 씨의 신분을 이용해 승진과 보상을 요구하는 등 경찰관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했다며 임 경사와 이 경장에 대한 징계 방침을 밝혔다. 아울러 2004년 11월 감찰을 부실하게 했다며 경남경찰청 담당 경찰관도 징계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임 경사는 “내 아버지는 1931년생이고 배 씨는 1946년생으로 친구가 될 수 없다”며 “내가 배 씨를 데리고 파출소를 나갔다는 말은 거짓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소주 2잔 마셨다?=경찰청은 “배 씨가 사건 당일 1시간 20분가량 김해시의 한 일식집에서 초등학교 교장과 저녁을 하면서 소주 한 병을 시켰고 배 씨는 두 잔 정도를 마신 뒤 차를 몰았다”고 밝혔다.

음주운전이긴 하지만 극히 미미한 양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소주 두 잔밖에 마시지 않았는데도 배 씨가 세 차례나 음주측정을 거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임 경사는 “당시 배 씨는 만취 상태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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