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의 기쁨”…72세에 문학박사학위 받는 황영호 씨

  • 입력 2006년 2월 1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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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 나이가 있습니까. 끝이 없지요.”

일흔을 넘긴 나이에 17일 부산외국어대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는 황영호(黃英好·72·부산 동래구 온천2동·사진) 씨.

공부는 그에게 취미이자 꿈이었다. 학위논문 제목은 ‘일본교육 칙어(일왕의 말)의 성립과 시대적 역할의 고찰’.

그는 부산고를 졸업한 뒤 집안 사정으로 대학 진학의 꿈을 접고 1957년 국방부 일반직 공무원으로 사회에 발을 디뎠다.

배움에 대한 열정이 남달라 1994년 국방부 부이사관으로 퇴임하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나이 60세 때다.

황 씨는 일본 니가타(新潟) 산교(産業)대 일본문학과에 입학했다. 외국 유학생활은 결코 쉽지 않았다.

영어 단어를 외우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몇백 번이고 종이에 쓰고 또 썼다.

미국인 교수는 황 씨가 단어를 외우려고 사용한 연습장을 본 후 시험을 치르지 않도록 하고 최고 학점을 줬다.

황 씨는 주말마다 학교 인근 농수산시장에서 감자와 고구마 상자를 나르며 주경야독의 의지를 불태웠다.

부인 김강자(金康子·69) 씨는 한 달에 한두 번씩 부산에서 김치 등 밑반찬을 만들어 갖다 주는 등 남편을 도왔다. 산교대에서 4년 동안 장학금을 받고 학부를 마친 그는 1999년 귀국했다.

부산대의 일반대학원 언어학과에 입학했다가 2000년 다시 부산외국어대 일어일문학과 석·박사 과정에 입학했다. 그리고 6년 만에 박사 학위를 받게 됐다.

그는 일본에서 현지 대학생에게 강의를 하는 것이 꿈이다. 지금은 일본어 학습 책을 출간하려고 준비하면서 부산외국어대에서 기초한자 강의를 맡고 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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