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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두뇌게임 한판할까… ‘쏘우2’ vs ‘파이어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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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두뇌게임 한판할까… ‘쏘우2’ vs ‘파이어월’

입력 2006-02-16 02:59수정 2009-10-0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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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쏘우 2’ ▼

아이디어만으로도 충분한 영화가 있다면, 그건 영화 ‘쏘우(Saw)’일 것이다. 2004년 기발한 아이디어와 피 칠갑의 영상을 조합해 단돈 120만 달러(약 12억 원)로 만든 ‘쏘우’는 제작비의 100배에 가까운 1억291만 달러(약 1029억 원)를 벌어들이면서 ‘저예산 고효율’ 스릴러의 새 모델이 됐다.

마침내 속편 ‘쏘우 2’가 만들어져 16일 국내 개봉된다. 400만 달러(약 40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이 영화는 ‘더 크게’로 요약되는 할리우드 속편의 법칙을 벗고 ‘작고 기발하게’라는 전편의 성공전략을 현명하게 따른다. 다만 ‘더’ 잔인무도한 게 추가되었지만.

형사 에릭은 희대의 지능적 살인마 직소를 예상외로 쉽게 체포한다. 하지만 이야기는 그때부터 시작이다. 직소는 에릭과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에릭의 아들을 포함한 8명의 남녀를 이미 자신만이 아는 장소에 가둔 채 에릭에게 게임을 제안한다. 흘러나오는 독가스를 마시면서 직소가 숨겨놓은 단서를 찾아 헤매는 8명의 남녀들은 아비규환에 빠져들고, 이런 모습은 모니터를 통해 에릭에게 전달된다. 에릭은 미칠 듯한 두려움 속으로 빠져든다.

살인 게임이 보여주는 지능적 수준을 논하기에 앞서 알아둬야 할 것은, ‘쏘우 2’가 무지하게 악취미적인 영화란 사실이다. 사지가 싹둑 잘려나가고, 수천 개의 주삿바늘이 몸에 꽂히는가 하면, 시퍼런 대못이 촘촘히 박힌 도륙 방망이까지 등장한다. 제 몸의 일부를 스스로 훼손하는 전편의 아이디어(?)도 여전히 대물림된다.

영화는 밀폐된 지하실이라는 전편의 공간을 밀폐된 집으로 다소 확장한다. 갇힌 8명의 남녀가 서로의 몸에 쓰인 탈출의 단서를 먼저 찾아내기 위해 피 칠갑을 하며 죽고 죽이는 지옥의 모습까지 이야기는 가파르게 진행된다.

영화는 독가스처럼 퍼져가는 살기(殺氣)와 죽음을 앞둔 인간이 드러내는 저주스러운 본성을 발작하는 듯한 카메라 워크와 편집으로 잡아낸다.

‘쏘우’라는 브랜드의 트레이드마크는 역시 충격적인 반전(反轉). ‘쏘우 2’에도 회심의 한방이 준비되어 있다. 속편의 반전은 전편 뺨칠 정도로 기상천외하지만, 분명 전편보다는 가일층 현실적이다. 여기서 반전에 관한 결정적인 힌트! 직소가 에릭에게 반복적으로 내뱉는 말에 귀 기울일 것(진짜 말 그대로 된다).

“게임의 룰은 ‘당신과 내가 앉아서 그냥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야. 그 룰만 당신이 지킨다면 아들은 무사해.”

뮤직 비디오 감독 출신 대런 린 보즈먼의 장편 연출 데뷔작. 18세 이상.

▼ ‘파이어월(Firewall)’ ▼

영화 ‘파이어월(Firewall)’에는 우리가 익히 아는 해리슨 포드가 90%, 우리가 볼 수 없었던 해리슨 포드가 10% 정도 등장한다.

90%는 지적인 중상류층에, 가정적인 남편이자 아버지이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서부의 총잡이처럼 정면 승부하여 상대를 끝장내는 그의 ‘늘 그런’ 모습. 나머지 10%는 은행 전산망을 해커로부터 철통같이 막아내는 최첨단 정보기술(IT) 전문가로 변신한 ‘약간 신선한’ 모습이다. 아마도 21세기 최첨단 사회에 해리슨 포드를 여전히 ‘써먹기’ 위해서는 컴퓨터 전문가란 설정을 덧입힐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문제는, 올해로 64세를 맞은 그가 여전히 험악한 악당들을 때려눕히는(이번엔 힘이 부친 탓인지 곡괭이까지 사용하지만) 인디애나존스의 모습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 있다. ‘파이어월’은 해리슨 포드에게 이젠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할 때가 임박했음을 알려준다.

은행 중역인 잭(해리슨 포드)은 첨단 방화벽으로 무장된 최상급 해킹 방지 시스템을 구축해 은행 전산망을 지키는 컴퓨터 보안 전문가. 어느 날 냉혈한인 악당 빌(폴 베타니) 일당이 잭의 가족을 인질로 잡고 잭에게 “은행 전산망을 해킹해 1억 달러를 빼낼 것”을 요구한다. 잭은 자신이 완벽하게 구축한 보안 시스템을 스스로 뚫어야 할 운명에 놓인다.

줄기 이야기로만 보면 ‘파이어월’은 컴퓨터 전문가와 악당들이 벌이는 숨 막히는 두뇌게임의 냄새를 풍긴다. 딸이 사용하는 MP3 플레이어를 이용해 컴퓨터 보안망을 뚫고 들어가는 잭의 모습에선 흥미진진한 지능 싸움을 보게 되리라는 기대도 품게 된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해리슨 포드는 결국 머리보단 주먹을 택한다. 촘촘하게 진행될 것 같던 이야기는 점차 지략과 인과율에 따라 논리적으로 전개되지 못하고, 해리슨 포드의 ‘한방’이라는 우연적 요소에 기대어 클라이맥스까지 올라간다. 이렇게 ‘행동하고 보는’ 그의 이미지가 극 전체를 덮고 있기 때문인지, 부산하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는 잭(아니 해리슨 포드)의 모습에선 그가 진정으로 컴퓨터 도사일 것 같은 리얼리티가 묻어나지 않는다.

제법 머리가 좋아 보였던 악당 두목 빌의 카리스마가 중반 이후 급속히 사그라들며 악당 전체가 오합지졸로 추락해 버리는 것도 해리슨 포드를 빛내기 위한 이 영화의 운명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그’를 더 강하게 만들 수 없다면, 적을 더 약하게 만들 수밖에 없으니까. 16일 개봉. 12세 이상.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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