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피해자가 두 차례 민원을 제기해 와 경찰청이 조사한 결과 음주 사실을 확인할 만한 증거가 없어 내사종결 처리했다”고 했던 청와대의 말과는 전혀 다른 얘기다. 어제 경찰의 국회 보고 후 청와대는 “음주운전 사실은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눈 가리고 아옹 하는 격이다.
사고 직후 배 씨는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에 전화를 했고, 담당 행정관은 관할 경찰서에, 경찰서 정보과장은 파출소에 전화를 해 ‘상황’을 물었다. 담당경찰이 윗선에서 내려온 ‘질문’이 무엇을 뜻하는지 몰랐을 리 없다. 파출소 측은 음주 측정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사건은 종결됐다. 피해자의 민원에 따른 경찰의 재조사도 형식에 그친 부실(不實)조사였다. 가해자가 일반 시민이었더라도 가능한 일이었을까.
틈만 나면 도덕성과 정의를 강조해 온 게 이 정권 사람들이다. 그러나 대통령 사돈인 배 씨는 예외였다. 뒤늦게 피해자의 제보로 사건이 표면화된 뒤에도 적당히 감추고 넘어가는 데 급급했다. 부끄러워해야 마땅한 이중성이다.
이 정권은 음주운전을 한 공직자에게 유독 가혹하다. 한 고위 공무원은 음주운전 경력 때문에 최근 두 번이나 인사에서 물을 먹었다. 그런데 배 씨는 현재 농협중앙회 자회사인 농협CA투신의 감사위원장이다.
경찰의 재조사 과정에서 다시 무슨 이상한 일이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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