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플라자]전세 1억2000만원 30대회사원 내집마련 전략

  • 입력 2006년 2월 1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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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근무 5년차인 회사원 곽모(32) 씨. 새해 아침 아내와 함께 ‘내 집 마련’이라는 야심 찬 장기계획을 세웠다. 곽 씨의 연봉은 약 4000만 원. 처가와 가까운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전세금 1억2000만 원짜리 19평형 아파트에 8개월 전 신접살림을 차렸다. 맞벌이하던 아내가 잠시 쉬게 된 틈을 이용해 이들 부부는 올해 안에 첫아이를 가질 계획이다. 곽 씨의 마음은 바쁘다.

새해 다짐을 이루려고 주말에는 매물을 보러 여기저기 돌아다닌다. 그러나 고민만 깊어 갈 뿐 시원한 답이 안 나온다. 곽 씨와 함께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인 조흥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을 찾았다.》

○ 장기주택마련저축 늘려라

곽 씨는 부동산 재테크를 위한 금융상품으로 3년 전부터 월 20만 원씩 넣고 있는 장기주택마련저축과 300만 원짜리 청약부금을 갖고 있다.

이 팀장은 “장기주택마련저축에 넣는 돈을 최대한 늘리라”고 조언했다.

장기주택마련저축은 7년 넘게 부으면 비과세되는 상품이다. 3년 동안 연 5% 안팎의 확정금리를 주는 은행도 있다. 한 분기에 300만 원까지 자유롭게 납입할 수 있고 납입 금액의 40% 범위 안에서 연간 최고 300만 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곽 씨는 당장 계약금을 마련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중도금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

먼저 정부가 한시적으로 부활시킨 ‘생애 최초 주택자금대출’을 신청할 생각이다. 무주택 가구주에다 연 소득이 5000만 원 미만이라 가능하다. 거치기간(이자만 내고 원금은 갚지 않아도 되는 기간) 포함해 20년 동안 연 5.2%의 금리로 빌릴 수 있다. 하지만 한도가 1억5000만 원이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팀장은 좋은 대출 은행을 고르는 데 시간을 좀 더 할애할 것을 권했다. “주말에 발품을 파는 것이 얼마나 효율적일지도 의문입니다. 주택 마련 계획에는 뚜렷한 목표와 정확한 정보가 중요해요. 부동산 중개인의 말에 매달리는 것보다 신문에 실린 정보를 꼼꼼히 스크랩하면서 공부하는 게 더 유익합니다.”

부동산 중개인은 담당지역에 제한이 있어 장점만 선전하기 쉽다는 것.

이 팀장은 “많은 곳을 돌아다녀 많은 정보를 확보한다고 해도 어느 것이 옳은 정보이고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인지 판별하기는 쉽지 않다”며 “선택의 범위를 어느 정도 좁힌 다음에는 반드시 금융회사에서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 지금 사는 곳에 얽매이지 마라

곽 씨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곳은 1992년 지어진 방배동의 28평형 아파트. 은행 대출에다 양가 부모에게 빌릴 돈을 합쳐 4억5000만 원 정도를 예산으로 잡고 있다.

이 팀장은 “애매한 위치에 애매한 금액의 선택”이라고 운을 뗐다. 아이를 돌봐줄 수 있는 처가와 가깝다는 점과 재건축 프리미엄을 고려했지만 강남권에서 고를 수 있는 다른 아파트에 비해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

“집을 처음 사는 사람이 빠지기 쉬운 함정 중 하나는 ‘지금 살고 있는 지역’에 얽매이는 것입니다. 현 거주지 중심으로 10∼20km 반경 안에서 이사를 다니는 사람이 많아요. 익숙함에 따른 편리함을 과감히 포기하지 않으면 부동산 재테크는 어렵습니다.”

아직 신혼이라 자녀의 학군 문제를 염려할 때가 아닌데 벌써부터 강남권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는 것.

이 팀장은 “대출을 최대한 받아 30평형대를 노려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상암, 마포, 잠실, 상도동 등 교통 개발의 호재가 있는 지역을 꼼꼼히 살피라고 조언했다.

“첫 집을 어디에 마련하느냐에 따라 5∼10년 후 재산 상태가 크게 달라집니다. 부동산 재테크에 성공하려면 10년에 2, 3번 정도 평수를 늘려 이사한다는 생각을 하고 부동산에 대해 열심히 공부해야 합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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