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비좀 대주시라요” 北 보위부 안내원 부패 심각

  • 입력 2006년 2월 1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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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북한 평양 양각도(羊角島) 호텔에 묵었던 정치권 인사 A 씨는 호텔 지하에 있는 안마실을 이용하러 갔다가 당혹스러운 경험을 했다. 낮에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며 안내역을 했던 ‘보장성원’(수행원을 뜻하는 북한 용어)을 마주친 것.

시내 관광을 위해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 내내 ‘공화국’의 우월성에 대해 침이 마르게 이야기하면서 당성(黨性)을 자랑하던 이 보장성원은 A 씨를 만나자 뜻밖의 제안을 했다.

“선생! 나 하루 종일 선생하고 다니느라고 몸이 좀 피곤한데 안마 좀 받게 해주시라요.”

이 인사는 “정말로 깜짝 놀랐다. 진심인지를 몰라 망설이다 안마실 이용료를 대 줬더니 평양 체류 기간 내내 계속 돈을 대 달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 북측 인사는 체류 마지막 날인 3일째에는 ‘동무’ 3명을 데리고 와 ‘집단 안마’를 받기도 했다.

양각도 호텔의 안마실 이용료는 1시간에 25유로(약 3만1000원). 북한 근로자의 평균 한 달 임금인 2달러(약 2000원)의 15배나 된다.

최근 평양을 방문해 고려호텔에 묵었던 B 씨의 경우 북측 안내원이 밤마다 술을 사달라고 조르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 B 씨는 “주로 양주인 조니워커 블랙을 선호하는 것 같더라”며 “20달러(약 2만 원) 정도로 비싼 편은 아니지만 거리낌 없이 술을 사라고 하는 통에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안내원들은 공식 직함을 감추고 있지만 국가안전보위부 소속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과거 이들이 북한 인민들의 사상해이 등의 행위를 감시해 오던 ‘사회주의의 파수꾼’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충격적인 변화다.

대북 경협사업차 북한 왕래가 잦은 C 씨는 “남측 인사들이 북측 안내원들과 개인적으로 있을 때 용돈 조로 20달러 정도씩을 주는 게 관행이었다.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얼굴을 붉히며 받지 않는 일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200∼300달러를 요구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7∼11일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열린우리당 의원 일행도 이들과 비슷한 경험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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