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 좋아도 시설 못믿어 환자-전문병원 “해외로…”

  • 입력 2006년 2월 1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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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의료산업 경쟁력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원인은 의사 개개인의 경쟁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제도나 시스템의 낙후성 때문이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가 아닌 기업이나 일반 투자자는 병원에 투자할 수 없다. 인수합병(M&A)을 통해 병원 몸집을 키우고 싶어도 비영리의료법인의 경우 청산 때 국고로 귀속되는 불합리한 규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 의료산업에 자본 유치가 힘들다

삼성의료경영연구소 강성욱(姜聲旭) 박사와 성균관대 권영대(權寧臺) 교수가 내놓은 ‘의료산업 경쟁력 고찰-OECD 7개국 비교연구’는 의료산업의 저조한 자본 투자와 연구개발(R&D) 비용 지출이 결국 의료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렸다고 분석했다.

최근 3년간 보건의료에 대한 총투자비와 R&D 비용 지출 등 생산요소 부문에서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또 생명산업, 민간의료보험산업, 사회보장 부문 관련 산업도 수준이 높지 않아 의료산업 경쟁력 저하 요인이 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국민의료비 지출 증가율은 한국이 15.8%로 가장 높게 나타나 향후 시장 확대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는 분석 의견을 내놓았다.

이러한 경쟁력 분석 결과에 대해 의료인들은 일단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한의사협회 권용진(權容振) 대변인은 “한국 의사들의 임상시술 기술이나 능력은 세계 수준에 근접해 있는데 의료산업 경쟁력이 낮다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환자와 병원 잇달아 외국행

국내 의료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외국으로 나가는 환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국내의 한 여행업체는 싱가포르의 ‘헬스케어 호텔’로 불리는 래플스병원의 메디컬투어 상품으로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3박 5일에 170만 원이나 하지만 매일 출발할 때 10∼40명이 떠난다. 연간 5000명이 넘는 인원이 래플스병원에서 의료서비스를 받는 셈이다.

규제 때문에 국내 투자 유치가 어려운 병원들도 해외로 잇따라 나가고 있다. 예치과네트워크는 지난해 중국에 진출한 데 이어 최근 베트남에 병원을 설립했다. 이 밖에 미용전문 네트워크 병원이 미국에 진출하는 등 전문병원들이 속속 밖으로 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 병원까지 해외 진출에 가세했다.

○ 정부의 의료산업 육성책은 난항

정부도 환자와 병원이 속속 해외로 나가는 데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지난해 차세대 핵심 산업으로 의료산업을 지목하면서 선진화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가 발족했지만 각계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해 대책 마련은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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