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8>解(해)

  • 입력 2006년 2월 1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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解(해)라는 한자는 ‘角(뿔 각)’과 ‘刀(칼 도)’와 ‘牛(소 우)’가 합쳐진 글자다. 그러므로 ‘解’는 칼로 소의 뿔을 자르는 것을 나타낸다. 이로부터 ‘解’는 ‘해부하다, 가르다’라는 의미를 갖는다. 소를 해부할 때는 몸통을 열고 내장을 풀어 꺼내 놓는다. ‘解’가 ‘풀다, 풀어 놓다’라는 의미를 갖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우리말의 ‘풀다’는 ‘문제를 풀다, 갈증을 풀다, 추위가 풀리다’와 같이 다양하게 사용된다. ‘解’의 ‘풀다’도 이와 동일하다. ‘解答(해답)’은 ‘풀어 놓은 답’이라는 뜻이고, ‘解明(해명)’은 ‘풀어서 밝혀주다’라는 뜻이다. ‘解夢(해몽)’은 ‘꿈을 풀어 주다’라는 뜻이고, ‘和解(화해)’는 ‘평화롭게 풀어 주다’라는 뜻이다. 19일은 雨水(우수)다. 雨水는 대동강의 얼음이 녹기 시작한다는 날이다. 얼음이 녹는 것을 ‘解氷(해빙)’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얼음을 풀어 놓다’라는 뜻이다. 요즈음 학생들은 입시에서 解放(해방)된다. ‘解放’은 ‘풀어서 놓아주다’라는 말이다. ‘放(방)’은 ‘놓다, 놓아주다’라는 뜻이다. 사찰에서는 화장실을 解憂所(해우소)라고 한다. ‘憂’는 ‘근심’이라는 뜻이고, ‘所’는 ‘장소’라는 뜻이므로 解憂所는 ‘근심거리를 풀어 주는 장소’라는 말이 된다. 우리는 ‘어려운 문제를 풀다, 번뇌를 풀다’와 같은 경우에도 ‘풀다’라는 말을 사용한다. ‘解’의 ‘풀다‘도 이와 같이 ‘이해하다, 깨닫다, 번뇌를 풀다’라는 뜻을 갖는다. ‘理解(이해)’는 ‘이치를 깨닫다’라는 뜻이며, ‘解脫(해탈)’은 ‘번뇌를 풀고 벗어나다’라는 뜻이다. ‘脫(탈)’은 ‘벗다, 벗어나다’라는 뜻이다.

‘懈(해)’는 ‘심(심)’과 ‘解’가 합쳐진 한자다. ‘심’은 ‘心(마음 심)’과 같은 자이므로, ‘懈’는 ‘풀어진 마음’을 나타낸다. 마음이 풀어지면 느슨해지고 게을러진다. 따라서 ‘懈’는 ‘게으르다, 느슨하다’라는 뜻을 갖는다. ‘蟹(해)’는 ‘解’와 ‘(충,훼)(벌레 충)’이 합쳐진 자로서 ‘무엇인가를 풀어 주는 벌레’라는 뜻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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