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올림픽]쇼트트랙 1500m 안현수 금-이호석 은

  • 입력 2006년 2월 1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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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으로 가는 막판 스퍼트메달 색깔이 결정되기 직전 막판 스퍼트를 하고 있는 선수들의 눈빛이 강렬하다. 마지막 반 바퀴를 남기고 선두로 치고 올라온 안현수(왼쪽)가 결승선 바로 앞 직선 주로에 들어서고 있다. 두 번째로 달리고 있는 선수가 이호석. 토리노=신원건  기자
금으로 가는 막판 스퍼트
메달 색깔이 결정되기 직전 막판 스퍼트를 하고 있는 선수들의 눈빛이 강렬하다. 마지막 반 바퀴를 남기고 선두로 치고 올라온 안현수(왼쪽)가 결승선 바로 앞 직선 주로에 들어서고 있다. 두 번째로 달리고 있는 선수가 이호석. 토리노=신원건 기자
제20회 토리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이 벌어진 13일 오전(한국 시간) 팔라벨라 빙상장. 한국 대표팀의 안현수(21·한국체대)와 이호석(20·경희대)이 중국의 베테랑 리자준(31)과 신예 리예(23) 등 외국 선수 4명과 함께 펼친 레이스는 대접전이었다.

○ 마지막 반바퀴 남기고 추월… “한국선수라 견제 안해”

111.12m의 랩을 13바퀴 반 도는 레이스에서 한국의 두 선수는 중반까지 뒤로 처져 있었고 6바퀴가 남았을 때 5위이던 이호석이 바깥쪽으로 스퍼트하며 선두까지 내달리자 레이스는 갑자기 역동적으로 변했다.

이호석이 앞에서 리자준과 선두 싸움을 하는 동안 안현수도 선두 탈환을 시도했지만 리예의 견제 속에 4위로 다시 물러났고 승부는 어느덧 끝을 향했다.

그리고 마지막 반 바퀴. 눈 깜짝할 사이에 중국 선수 2명을 제친 안현수는 2m가량 앞서 달리던 곡선 주로에서 이호석의 인코스로 들어간 뒤 다시 아웃코스로 치고 나오며 간발의 차이로 결승선을 먼저 끊었다.

한국 선수 2명이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으니 만족스러운 결과였지만 마지막 장면은 의문이 남았다. 이호석이 추월을 시도하는 안현수를 전혀 견제하지 않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 “욕심 부렸다간 충돌했을 것”… 개인보다 팀 우선

결승선을 끊으며 두 팔을 번쩍 치켜든 안현수는 그대로 맞은편 펜스 뒤에 기다리고 있던 박세우 코치에게 가 포옹했고 이 장면은 대회를 앞두고 불거졌던 대표팀 내 파벌 문제를 상기시켰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남자 1500m에서 값진 금, 은메달을 합작한 것은 선수들의 화합이었다.

이호석은 “마지막에 인코스로 치고 들어온 (안)현수 형에게 선두를 내줘 아쉽기는 했지만 같은 한국 선수이기 때문에 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호석은 그것이 양보를 한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외국 선수였다면 선두를 지키려고 했을 것”이라고 말해 일종의 양보임을 시인했다.

그는 또 “스케이트 날이 얼음 속에 박힐 정도로 얼음이 무른 상태여서 자칫 욕심을 부리다가는 현수 형과 충돌하는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생 다시 오지 못할 올림픽 금메달 기회에서 자신의 개인적인 욕심보다 팀 전체를 먼저 생각한 것이었다.

이 ‘아름다운 레이스’ 덕분에 안현수 또한 값진 메달을 목에 걸 수 있게 됐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때 남자 1000m 결승에서 1위로 달리다 마지막 바퀴에서 리자준,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 매튜 투르코(캐나다)와 함께 엉켜 넘어지며 4위에 그쳤던 한을 풀게 된 것.

○ 파벌갈등 날리고 화합… “태릉선수촌서도 같은방 써”

사실 안현수와 이호석은 서울 양천구 신목고등학교 1년 선후배 사이로 태릉선수촌에서도 같은 방을 쓰며 돈독한 우애를 과시해 왔다.

안현수가 초등학교 때부터 대회를 휩쓸며 일찍부터 에이스의 길을 걸었고 지난해 월드컵 시리즈에서 통합 랭킹 1위에 오르며 기대를 한몸에 모은 반면 이호석은 1년 선배인 안현수의 그늘에 철저히 가려 있었다. 지난해 월드컵 시리즈 1500m 경기에서 단 한번도 안현수를 이겨 보지 못했지만 사실 어떤 경기에서든 4위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을 정도로 안정적인 실력을 보였고 이날 쾌거를 통해 한국 쇼트트랙을 받칠 재목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토리노=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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