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안보리 5개국 차기총장 선출 힘겨루기 돌입

  • 입력 2006년 2월 1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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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유엔 사무총장 선출에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5개국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은 안보리의 추천을 받아 유엔 총회가 임명한다. 그러나 실질적인 선정은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상임이사국 5개국이 해왔다.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은 올해 말로 임기가 만료된다.

현재 가장 큰 논점은 지역 순번제 적용 여부. 특히 아시아권은 ‘차기 사무총장은 1971년 버마(현 미얀마)의 우탄트 사무총장 이후 총장을 내지 못하고 있는 아시아에서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동유럽권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있는 미국이 지역 순번제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지만 중국은 아시아 출신이 아닌 사무총장 후보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12일 분석했다.

존 볼턴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지난주 “지역 순번이 꼭 지켜야 할 원칙이라면 아시아는 이미 사무총장을 배출했다고 봐야 한다”며 “안 그러면 동유럽엔 언제 차례가 돌아오겠느냐”고 말했다.

영국은 미국에 동의하고 있다. 프랑스는 출신지역이 우선 고려 대상이지만 결정적인 이유가 아니라는 입장.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엔 아시아 차례라고 밝히고 있다.

왕광야(王光亞)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최근 “중국은 아시아 출신 후보만 지지할 것”이라고 말해 다른 지역의 후보에 대해서는 거부권을 행사할 뜻을 시사한 바 있다.

안드레이 데니소프 유엔주재 러시아대사도 10일 차기 총장은 아시아에서 맡을 차례라고 밝혀 동유럽 출신을 선호하는 듯한 미국에 쐐기를 박았다.

미국의 후원 아래 사무총장까지 배출되면 동유럽의 ‘친미화(親美化)’가 심화될 것이라는 정치적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아시아 출신으론 한국의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과 스리랑카의 자얀타 다나팔라 전 유엔 군축담당 사무차장, 태국의 수라끼앗 사티아라타이 부총리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 신문은 반 장관이 14일 공식 출마선언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어느 지역의 누가 유력한지에 대해서는 섣불리 점치지 않았다.

그보다 역대 선거를 보면 항상 ‘의외의 인물’이 마지막 순간에 극적으로 사무총장으로 선임됐기 때문에 많은 경쟁자들이 자신들의 야심을 숨기고 비밀리에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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