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상진]‘서울 역사도시’에 시민 뜻 담아야

  • 입력 2006년 2월 1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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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이 지난달 발표한 ‘서울 역사도시 조성’ 계획은 이명박 서울시장의 청계천 프로젝트에 버금가는 획기적이고 참신한 구상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목표로 서울 도심 전체를 ‘역사도시’화하겠다는 것. 일제강점기와 개발독재시대를 거치면서 파괴되고 홀대당한 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을 다시 일으켜 제자리에 세우는 일은 오히려 만시지탄의 감이 있는 국가적 사업이다.

청계천의 물길을 다시 열어 서울의 역기(逆氣)를 씻어낸 위에 광화문 복원과 광화문광장 조성을 통한 바람길의 복원으로 서울의 하늘을 순기(順氣)로 채운다면 말 그대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각별한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정조 시대의 문화정치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정조의 개혁성에 대한 그의 천착은 광화문 현판 교체와 관련하여 새 현판 글씨로 그가 정조 어필의 집자를 거론한 것으로도 드러난다.

그러나 ‘서울 역사도시 조성’ 계획의 핵심인 광화문 복원은 당대의 정치적 목적성에 휘둘려서는 안 되는 사업임을 유 청장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번 구상의 이면에 혹시라도 박정희 지우기를 통한 현 정권의 개혁정통성 획득이라는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다면 이는 또 하나의 잘못이 될 것이다.

역사는 생성과 소멸의 흐름이다. 오랜 세월 동안 일었다 스러져간 수많은 역동의 기운은 시대적 당위의 명분으로 유구한 시공의 단층 속에 퇴적되어 있다. 역사의 흐름은 한때의 편의를 위해서 왜곡하거나 굴절시킬 수 없다. 그러므로 역사해석에 있어서 아전인수의 작위를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서울 역사도시 조성’ 계획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각계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하는 지혜를 발휘해 줄 것을 당부한다. 현장답사와 정례적인 학술회의 등을 하고 있는 민간단체도 적극 참여시켜 공정의 전 과정에 대한 시민감리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적지 않은 규모의 예산 확보와 공사 기간 중의 시민 불편 그리고 중앙정부와 서울시 당국과의 원활한 조율과 협의 등 예상되는 현실적 난제들을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것 또한 문화유산 복원 못지않게 중요한 사안이다.

이상진 서울문화사학회 회장·서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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