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의 물길을 다시 열어 서울의 역기(逆氣)를 씻어낸 위에 광화문 복원과 광화문광장 조성을 통한 바람길의 복원으로 서울의 하늘을 순기(順氣)로 채운다면 말 그대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각별한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정조 시대의 문화정치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정조의 개혁성에 대한 그의 천착은 광화문 현판 교체와 관련하여 새 현판 글씨로 그가 정조 어필의 집자를 거론한 것으로도 드러난다.
그러나 ‘서울 역사도시 조성’ 계획의 핵심인 광화문 복원은 당대의 정치적 목적성에 휘둘려서는 안 되는 사업임을 유 청장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번 구상의 이면에 혹시라도 박정희 지우기를 통한 현 정권의 개혁정통성 획득이라는 정치적 복선이 깔려 있다면 이는 또 하나의 잘못이 될 것이다.
역사는 생성과 소멸의 흐름이다. 오랜 세월 동안 일었다 스러져간 수많은 역동의 기운은 시대적 당위의 명분으로 유구한 시공의 단층 속에 퇴적되어 있다. 역사의 흐름은 한때의 편의를 위해서 왜곡하거나 굴절시킬 수 없다. 그러므로 역사해석에 있어서 아전인수의 작위를 경계해야 하는 것이다.
‘서울 역사도시 조성’ 계획은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각계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하는 지혜를 발휘해 줄 것을 당부한다. 현장답사와 정례적인 학술회의 등을 하고 있는 민간단체도 적극 참여시켜 공정의 전 과정에 대한 시민감리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적지 않은 규모의 예산 확보와 공사 기간 중의 시민 불편 그리고 중앙정부와 서울시 당국과의 원활한 조율과 협의 등 예상되는 현실적 난제들을 슬기롭게 풀어나가는 것 또한 문화유산 복원 못지않게 중요한 사안이다.
이상진 서울문화사학회 회장·서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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