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가 선거 출마자 양성소인가

  • 입력 2006년 2월 1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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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비서관 행정관 10여 명이 5월 지방선거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비서실장에서 행정관에 이르기까지 20여 명의 비서진을 내보냈던 2004년 총선에 이어 청와대가 또다시 ‘선거 출마자 양성소’로 전락한 느낌이다.

대통령과 집권 측이 ‘청와대 근무’라는 날개를 달아 그들을 선거에 출마시키는 것이라면 ‘선거 용병(傭兵)’이나 다름없다. 또 국정 운영의 사령탑인 청와대를 정파적 사적(私的) 용도에 이용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실제로 여권 핵심 인사들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장관이나 청와대 인사의 출마를 독려(督勵)해 왔다. 김두관 전 대통령정무특보는 “나는 청와대 비서관과 국장급들에게 ‘지사님’ ‘구청장님’이라고 부르며 지방선거에 출마하도록 의지를 북돋고 있다”는 말까지 했다.

이들 출마 예정 참모가 선거에 신경을 쓰다 보면 본연의 임무인 국정 조율(調律)과 대통령 보좌에 그만큼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니 일이 제대로 될 리 없고, 그들이 다루는 국가정책도 알게 모르게 자신의 선거에 유리한 쪽으로 치우칠 소지가 적지 않다.

총선에 출마했던 청와대 인사는 낙선해도 끄떡없다. 국영기업체 사장으로 간 사람도 있고, 다시 청와대로 돌아온 인사도 있다. 당선되면 좋고, 당선이 안 돼도 그만한 대우를 해 주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할 인사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청와대는 지금 선심정책 등을 통해 지방선거에 개입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청와대는 정책, 인사 등에서 선거의 그림자를 지워야 한다. 기어이 선거에 내보낼 생각이라면 공직사퇴 시한(선거 60일 전)에 구애받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청와대에서 내보내는 게 그나마 옳은 일이다. 국민 세금을 받으면서 선거운동을 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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