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신형 자주포 실사격 및 기동훈련 현장

  • 입력 2006년 2월 13일 15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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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9 자주포 발사현장자료사진 동아일보
K-9 자주포 발사현장
자료사진 동아일보
"사격준비, 발사!"

6일 낮 강원 홍천군 한 야산에 자리잡은 육군 제11기계화보병사단 전차포 사격장. 사격통제관의 발사 명령과 함께 K-9 자주포의 '쾅'하는 폭음이 하늘과 땅을 갈랐다.

북한군이 ‘덜덜’…세계최강 K-9자주포

발사 때 충격으로 47t에 달하는 K-9의 차체가 뒤로 밀렸다. 8m 길이의 포신에서 하얀 포연이 뿜어져 나왔고 매캐한 화약냄새가 진동했다.

5m 거리에서 확인한 K-9의 발사 시 위력은 '천둥'(thunder)이라는 애칭을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벼락같은 포성은 귀마개를 뚫고 고막을 먹먹하게 만들었고 발사 직후 온 몸에 가공할 충격파가 덮치자 절로 '욱'하는 신음이 새어나왔다. 넋을 잃은 기자에게 부대 관계자는 "발사 때 입을 벌리면 충격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잠시 후 12km 밖의 목표지점에 포탄이 명중했다는 관측장교의 무선이 날아들자 대기중이던 K-9 자주포 10여문이 일제사격에 나서면서 사격장은 순식간에 포성과 포연으로 뒤덮였다. 1차 사격을 끝낸 K-9 자주포들은 줄을 맞춰 신속히 다음 진지로 이동했다.

1차 사격을 끝낸 K-9 자주포들은 줄을 맞춰 신속히 다음 진지로 이동했하고 있다. 자료사진 동아일보



대대장인 김판주(44·육사 44기) 중령은 "산악 지역에서 K-9의 사격 후 기동능력을 점검하는 훈련"이라고 말했다. 사격 후 머뭇거리면 포탄의 궤적을 역추적한 적에게 위치가 노출돼 역습을 당할 수 있어 자주포는 '치고 빠지는'(shoot and scout) 훈련이 생명이라는 설명이었다.

북한군에 비해 절대 열세인 야포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10년의 개발기간을 거쳐 1999년 실전배치된 K-9은 세계가 인정하는 자주포의 명작(名作)이다.

K-55와 같은 기존의 자주포는 모든 사격 절차가 수동이어서 사격 명령이 떨어진 뒤 초탄(初彈) 발사에 2~11분이 걸린다. 또 최대 발사속도도 분당 4발 남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K-9은 목표물의 좌표만 입력하면 모든 절차가 자동으로 이뤄져 30초 이내 초탄을 쏠 수 있고 15초 이내 최대 3발까지 발사할 수 있다. 최대 사거리도 기존 자주포의 배 이상인 40km나 돼 적진 깊숙이 타격할 수 있다. 이런 성능 때문에 K-9 1개 대대의 화력은 기존 자주포 3개 대대와 맞먹는다

육군 관계자는 "K-9은 주한미군의 M109A6 팔라딘 자주포보다 사거리, 발사속도, 기동성 등 모든 부문에서 앞선다"며 "K-9은 다연장로켓포(MLRS)와 함께 지난해 주한미군으로부터 넘겨받은 북한군 대(對) 화력전의 핵심전력"이라고 말했다.

K-9의 사격전 훈련 전 사고를 예방을위해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동아일보


K-9의 전술적 중요성은 첫 실전 배치지역이 '땅'이 아닌 서해 백령도와 연평도라는 데서도 잘 드러난다. 이 곳에 배치된 K-9은 유사시 30여km 떨어진 해주지역에 밀집된 북한군 해안포와 함포를 집중 포격하게 된다. 때문에 최전방의 K-9은 북한군이 가장 두려워하는 무기 체계 중 하나라는 게 부대 측의 설명이다.

K-9의 최강 성능 뒤에는 장병들의 굵은 땀방울이 녹아있다. 살을 에는 영하의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K-9에 탑승한 장병들은 사격 절차에 따라 훈련에 열중했다.

수 차례의 무선교신 뒤 목표물 위치와 발사 각도를 최종 확인하고 발사하기까지 장병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특히 45kg 무게의 155mm 고성능 폭탄을 이용한 실사격 훈련인 만큼 장병들의 얼굴에선 잠시도 팽팽한 긴장이 사라지지 않았다.

장병들은 세계 최강 성능의 K-9으로 국토의 최전방을 수호한다는 각오와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K-9의 부사수인 김동진(21) 상병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포병으로 복무해 '가문의 영광'"이라며 "K-9이라면 유사시 어떤 여건에서도 적의 도발을 막아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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