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소설]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689>卷七. 烏江의 슬픈 노래
더보기

[소설]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689>卷七. 烏江의 슬픈 노래

입력 2006-02-13 03:08수정 2009-10-08 13:54
뉴스듣기프린트
트랜드뉴스 보기
그림 박순철

한왕 유방이 곰곰 장량의 말을 곱씹어 보니 굳이 마다할 까닭이 없었다. 그날로 한신과 팽월에게 사자를 보내 한왕의 말을 전하게 하였다.

“두 분은 힘을 합쳐 초나라를 치시오. 초나라를 쳐부수면 진현에서 동해에 이르는 땅은 모두 제왕(齊王)에게 줄 것이며, 수양 북쪽에서 곡성까지의 땅은 모두 팽(彭)상국에게 주고 그 땅의 왕으로 삼을 것이오.”

사자가 달려가 그렇게 전하자 대답은 장량이 헤아린 대로였다.

“삼가 대왕의 뜻을 받들겠습니다. 당장이라도 군사를 내겠습니다.”

한신과 팽월 모두 한 입에서 나온 듯한 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사자가 돌아와 그렇게 두 사람의 대답을 전하자 한왕이 무엇 때문인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 좌우를 돌아보고 물었다.

“항왕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간세(奸細)를 풀고 탐마(探馬)를 내는 일을 언제나 꿰고 있는 장량이 대답했다.

“항왕은 지금 진성(陳城)에 들어 있습니다. 성안을 뒤지듯 곡식을 거두고 백성들을 끌어내 줄어든 군세를 부풀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 당장 장졸들을 일으켜 다시 한번 진성을 들이쳐 보는 것이 어떻소?”

한왕이 벌떡 몸을 일으키며 장량에게 그렇게 말했다. 실로 종잡을 수 없는 한왕의 위축과 분발이었다. 며칠 전만 해도 당장 죽을 듯 엄살떨던 일을 까맣게 잊은 사람처럼 그렇게 호기를 부리고 나섰다. 그런데 알 수 없는 것은 장량이었다. 한군의 형편이 전보다 크게 나아진 것이 없는데도 이번에는 전혀 말리는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어딘가 빙글거리는 말투로 한왕을 떠보듯 물었다.

“이곳에서 가만히 기다렸다가 제왕과 팽상국의 대군이 이르면 힘을 합쳐 진성을 쳐도 늦지 않습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우리 군사만으로 서둘러 싸우려고 하십니까?”

“우리가 여기에 웅크리고 있으면 한신과 팽월도 살피고 또 살피며 천천히 움직일 것이오. 그러나 힘들더라도 한번 항왕을 꺾어 우리 힘을 보여 준다면 저들도 닿기를 배로 하여 과인과 합세하려 들 것이외다. 전번과는 달리 우리에게는 조참과 관영이 돌아왔으니 한번 해볼 만한 일이 아니겠소?”

그러자 한왕이 옳은 답을 바로 맞혔다는 듯 장량이 가볍게 손뼉까지 치며 웃고 말하였다.

“역시 천하의 주인이 되실 만한 헤아리심입니다. 항왕도 외로운 진성에서 오래 버티려 하지는 않을 것이니, 힘을 다해 들이치면 아니 될 일도 없습니다. 그런 다음 천천히 우리 전군을 모아들여 크게 몰이를 할 수 있는 궁지(窮地)로 초군을 몰아넣으면, 항왕을 사로잡는 일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장량의 칭송을 듣자 한왕은 더욱 기세가 살아났다. 다시 싸움은 혼자 아는 양 장수들을 불러 모아 놓고 소리쳤다.

“이제부터 항우가 처박혀 있는 진성을 친다. 우리가 먼저 항우를 쳐부수어 강함을 보여야 한신도 팽월도 그만큼 빨리 달려올 것이다. 모두 있는 힘을 다해 진성을 쳐라!”

이에 한군은 오랜만에 진채를 나와 진성으로 쳐들어갈 준비를 했다.

글 이문열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주요뉴스

1/3이전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