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언니라고요? 패션 어드바이저!

  • 입력 2006년 2월 1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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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1 “다리가 유난히 굵은 여성 고객이 타이트한 미니스커트를 찾는다면?” “고객이 원하는 걸 보여 주면서 하체 비만에 어울리는 밑단이 퍼지는 스커트를 한번 입어 보라고 권한다.”

#상황2 “고객이 자신의 발 모양을 생각하지 않고 최신 스타일의 신발만 고집한다면?” “고객이 우겨도 ‘사지 말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신세계백화점 판매원들이 유통선진국 일본의 ‘판매 고수’에게 한수 배우기 위해 대한해협을 건넜다. 이들은 판매보다는 고객에 대한 세심한 배려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 ‘판매도 전문가 시대’

9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 시내 도쿄 전철역 인근 빌딩.

의류 판매 30년 경력의 ‘보디피터(Body fitter·의류 판매, 수선 전문가)’ 고다마 지에코(兒玉千惠子·여) 씨가 신세계 의류 판매사원들을 대상으로 7시간째 옷 고르는 법에서 수선방법까지 설명하고 있었다.

고다마 씨는 “꼭 맞는 옷을 고르기가 어렵다면 수선을 해서라도 고객이 원하는 옷을 찾아 줘야 한다”며 “옷 수선은 판매사원이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신세계는 작년 8월 판매 전문가제도를 통해 ‘패션 어드바이저’를 선발했다. 이들은 신세계에 입주한 브랜드의 판매원들로 신세계 소속은 아니지만 전문가 육성 차원에서 일본 연수 혜택을 받았다.

“옷을 고객에 맞춰야”
30년 경력의 ‘보디 피터’ 고다마 지에코 씨(왼쪽에서 두 번째)가 9일 일본 도쿄 전철역 인근의 강의실에서 연수 중인 신세계백화점 판매사원들에게 수선 요령을 알려 주고 있다. 사진 제공 신세계백화점

이날 도쿄 시내 ‘슈피터(shoe fitter·구두 전문가)’ 구보타 미치코(久保田美智子·여) 씨의 사무실. 이곳에 들어서자 강의를 듣고 있던 신세계 슈피터들이 기자의 발 치수를 재겠다고 나섰다.

신세계 구두매장 ‘엘레강스’의 슈피터인 신창용 씨가 기자의 발 길이, 발볼의 너비와 둘레, 뒤꿈치의 굳은살 등을 꼼꼼히 살폈다.

“자신의 발 모양, 사이즈, 발 상태를 잘 모르고 구두를 고른 대표적인 유형”이라며 “앞부분이 동그란 라운드형 구두가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구보타 씨는 “모든 판매사원이 슈피터, 패션어드바이저와 같은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고객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으면 발가락 모양까지 배려하는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 전문직 자긍심 키워

“일본 백화점의 판매사원들은 장애인 고객을 위해 수화까지 배웠더라고요. 그들의 자긍심에 놀랐어요.”(신세계 충무로 본점 디자이너 브랜드 ‘김연주’의 판매사원 노정희 씨)

“판매사원이 아니라 판매전문가인 패션어드바이저라는 자긍심이 생겼어요.”(신세계 광주점 의류브랜드 ‘에꼴 드 빠리’의 모미환 씨)

신세계 판매원들은 판매전문가 제도가 정착된 일본에서의 연수를 통해 판매 지식보다 고객에 대한 배려와 자부심을 얻었다고 입을 모았다.

신세계의 판매전문가는 총 80여 명. 최근엔 롯데 현대 등 경쟁 백화점에서도 판매전문가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도쿄=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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