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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Design]상상력에 마케팅을 입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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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Design]상상력에 마케팅을 입혀라

입력 2006-02-13 03:08수정 2009-10-0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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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첫선을 보인 모토로라의 ‘웨어러블 폰’. ‘휴대’의 개념을 ‘착용’으로 진보시켰다. 사진 제공 모토로라

미국은 1930년대 현대적 의미에서 독립적인 ‘산업디자이너’(industrial designer)가 처음 등장한 곳이다. 미국은 유럽의 모던 디자인을 대량생산과 대량소비 체제에 맞게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는 산업디자인으로 변모시켰다.

특히 미국의 디자인은 국가 주도의 영국과 달리 기업과 민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1980년대 미국 제조업이 쇠퇴한 뒤 1990년대 초반 빌 클린턴 행정부가 경쟁력 회복을 위해 산업디자인을 어젠다의 하나로 부각시켰으나, 현재도 관련 정부 정책은 없다시피 하다. ‘자유의 나라’가 상징하듯 ‘방임’과 ‘다양성’의 양면을 모두 엿볼 수 있는 곳이다.

○ 디자인은 마케팅이다

미국 디자인 경영의 핵심 콘셉트는 ‘마케팅 디자인’이다. 디자인을 제품 생산 공정의 우위에 두는 ‘디자인 퍼스트’에 이어 ‘마케팅 디자인’은 상품의 기획, 판매와 유통, 브랜드 이미지까지 일관되게 이어지는 개념이다.

미국 디자인 전문회사 ‘IDEO’. 천장에 자전거 등을 매단 풍경이 디자이너의 상상력을 자유롭게 한다. 사진 제공 세종서적

애플 델컴퓨터 등과 일해 오면서 미국 정상의 디자인 회사로 자리잡은 ‘IDEO’의 톰 켈리 사장도 ‘유쾌한 이노베이션’이라는 책에서 “IDEO의 일(디자인)하는 방법론의 하나로, 상업성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콘셉트를 실천한다”고 말했다. 디자인 방법론 중 하나를 ‘상업성’이라고 못박을 만큼 마케팅을 우위에 두는 것이다.

지난해 전자제품 행사에서 선보인 모토로라의 ‘웨어러블 폰’(wearable phone·입을 수 있는 전화기)이 디자인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다. 액정화면과 버튼은 잠바 왼쪽 팔뚝 위에 부착돼 있고, 송수화기는 모자와 옷깃 안에 숨긴 이 전화기는 “wear en-join”(입고 즐기라와 연결하다의 합성어)이라는 마케팅 전략으로 소비자들을 매료시켰다.

이 전화기는 스키를 탈 때 두툼한 장갑을 끼고 전화를 걸거나 받기가 불편하다는 소비자의 불만이 시장에서 제기되는 것을 디자인에 반영한 제품이다.

2003년 이 전화기를 처음 디자인했던 프로그 디자인 하르트무트 에스린저 대표는 “당시 디자인 콘셉트는 개발했지만 상용화하지 못했다”며 “이젠 상상력을 디자인으로 마케팅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애플의 MP3 플레이어 아이팟(iPod)의 히트도 마케팅 디자인의 개념을 도입한 성과다. 아이팟은 ‘skin-like apple’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늘 소지하고 싶은’ 이미지를 마케팅에 활용했다. 최근에는 거실용 스피커, 자동차 전용 모듈 등 늘어나는 호환기기 시장과 함께 ‘life with apple’이라는 이미지를 마케팅 전략으로 구축하고 있다.

미국 디자인경영연구소(DMI) 얼 파월 소장은 “아이팟의 성공 비결은 디자인팀과 마케팅팀이 함께 소비자 연구와 분석을 한 뒤 제품 전략과 디자인을 한 것”이라며 “휴대하기 편한 크기와 모양의 MP3가 기능보다 우선한다는 소비자의 욕구를 읽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새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라이프 스타일을 접목시킨 이미지를 마케팅 콘셉트로 펼치고 있다. 슬림 폰은 시크(chic) 스타일, 페블 폰은 자연친화적인 삶이 그런 사례다.

○ 미국 디자인 진흥의 꽃, IDSA

미국은 정부 차원의 디자인 진흥 정책이 없지만 국제적인 규모의 디자인 대회, 다양한 디자인 센터, 학교와 산업계를 연결하는 교육 제도 등으로 디자인 강국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미국 산업디자이너협회(IDSA)는 1965년 설립된 전국 규모의 조직으로 전문디자이너 회원 2200여 명의 회비로 운영되는 민간 단체다. 영국이 디자인 카운슬이라는 국가기구로 디자인 진흥 정책을 주도하는 데 비해 IDSA는 정부 지원없이 회비와 수익사업을 재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협회는 매년 비즈니스위크와 공동으로 세계 제품 디자인들을 대상으로 미국산업디자인최우수상(IDEA)을 선정한다.

IDSA 로버츠 슈워츠 운영본부장은 “기업의 제품이 제대로 디자인될 수 있도록 하는 게 IDSA의 목표”라며 “매년 정기적으로 전국 디자이너와 교육 관계자, 기업 경영자들과 함께 연례 회의를 열어 5개권역 25개 지역에 있는 센터별로 디자이너 육성을 위한 정보 교환과 산학연계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학연계가 활발한 대학의 하나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유일의 예술종합대학(AAU)을 들 수 있다. 이 대학은 순수미술학과에서부터 광고학까지 12개 대학, 대학원 과정에서 디자인을 다루고 있다.

학생들은 과별로 미국 최대 기업들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교수들도 기업에서 현장 경험을 쌓은 사람이 많아 실무와 교육의 경계를 구분하지 않는다.

그러나 성과물을 학교 이름으로 발표하지 않는 방침을 가지고 있다. 자칫하면 학교가 우수 학생들의 스카우트 시장으로 둔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학교의 톰 마타노 산업디자인학과장은 30년간 일본 마쓰다, 미국 GM, 독일 BMW 등에서 자동차 디자이너로 활약해 왔다. 그는 “산학 연계 프로그램은 디자이너 발굴과 육성의 지름길”이라며 “기업으로서도 미래의 소비자인 젊은 세대의 감성과 취향을 파악하는 것만큼 중요한 정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팰러앨토=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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