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온 도시를 뒤흔든 스틸러스 카퍼레이드가 펼쳐지면서 상징 색인 노란색 손수건이 도심을 뒤덮었지만 펜실베이니아 주 서부의 중심지인 이 도시의 첫 인상은 어둡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실제로 1990년대 최장기 호황을 맞아 미국의 주요 도시가 앞 다퉈 새 고층건물로 단장했지만 피츠버그는 좀 예외였다. 미국 제조업의 위기로 기반이 무너진 이른바 ‘러스트 벨트(Rust Belt·녹슨 도시지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피츠버그는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의 대장간’이란 별명을 얻었던 철의 도시였다. 워드가 속한 풋볼 팀 이름도 스틸러스(Steelers·철인들)일 정도. 그러나 신일본제철(일본) 포스코(한국)가 등장하면서 도시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한때 30만 명을 고용했던 철강회사 USX의 현지 직원은 5000명 선으로 떨어졌다. 현재 이 도시의 최대 고용주는 피츠버그대다.
그래도 주민의 대다수는 노동자층이다. 워드가 평소 “블루칼라를 위해 뛴다”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물론 도시 곳곳에는 J P 모건(USX 창업), 철강왕 카네기, 멜런 가문 등 1900년대 미국을 풍미한 부호들의 존재가 느껴진다.
변화는 토머스 머피 시장이 1994년 취임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공무원 수를 21%(1000명) 줄였고, 40억 달러 교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 ‘스모그의 도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환경친화적 산업정책을 폈다. 그 결과 도시를 관통하던 3개의 강이 찌든 공해의 티를 벗고 매년 ‘전미 낚시대회’가 열릴 정도가 됐다.
2006년 이 도시는 정보기술(IT)과 생명공학기술(BT) 산업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그 배후에는 카네기멜런대, 피츠버그대라는 든든한 연구 중심 대학이 존재한다. 황 교수가 피츠버그대 의대와 손잡은 것도 우연이 아니었다.
한국과의 인연도 간단치 않다. 이현재(李賢宰) 이수성(李壽成) 전 국무총리, 나웅배(羅雄培) 전 경제부총리가 피츠버그대에서 교환교수 생활을 했고 교육부총리를 지낸 이상주(李相周) 성신여대 총장은 박사학위 과정을 이수했다. 미국의 물리학자 오펜하이머가 “아인슈타인보다 뛰어났다”고 극찬한 이휘소(李輝昭·1977년 작고) 박사도 이 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애틀랜타=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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