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모르는 고이즈미 공부도 않고 교양 없어”

  • 입력 2006년 2월 13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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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11일자 1개 면 전체를 장식한 와타나베 쓰네오 요미우리신문 회장의 인터뷰. 와타나베 회장은 이 인터뷰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에 대해 “역사에 무지한 데다 공부도 하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뉴욕타임스 11일자 1개 면 전체를 장식한 와타나베 쓰네오 요미우리신문 회장의 인터뷰. 와타나베 회장은 이 인터뷰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에 대해 “역사에 무지한 데다 공부도 하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일본 요미우리신문 와타나베 쓰네오(渡邊恒雄·사진) 회장의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 비판이 미국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로까지 이어졌다.

보수적 논조로 일본 내 발행부수 1위를 지켜 온 요미우리신문의 와타나베 회장은 11일 발간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고이즈미 총리는 역사나 철학을 모르면서 공부도 하지 않고 문화적 소양도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70대 후반의 나이에도 정계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국가적 의제 설정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신문은 그를 ‘어둠 속의 쇼군(將軍)’으로 묘사했다.

그는 우선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가 뭐가 잘못된 것이냐” “참배를 비판하는 것은 중국과 한국밖에 없다”는 고이즈미 총리의 말을 도마에 올렸다. 그는 “그런 어리석은 말을 하는 게 바로 이런 무지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와타나베 회장은 태평양전쟁 말기 이등병으로 전쟁터에 내몰렸던 기억을 되새기며 고이즈미 총리의 역사 인식을 문제 삼았다. 그는 특히 “가미카제(神風) 특공대가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며 기쁨으로 돌진했다는 것은 모두 거짓말이다. 특공대는 도살장에 끌려 온 가축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한 병사는 일어설 수도 없어서 다른 병사들에게 들려서 (돌아올 연료가 없는) 비행기 안에 밀어 넣어졌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의 일본 우익 공개 비판은 이번 인터뷰가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6월 요미우리신문의 사설을 통해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비판하면서 대체 추도시설의 건립을 촉구했다. 보수적 성향의 사설을 통해 외국 언론의 신사 참배 비판에 거부감을 표시해 왔던 요미우리신문으로서는 ‘깜짝 변신’이었다.

연초 아사히신문 와카미야 요시부미(若宮啓文) 논설주간과의 대담(시사월간지 론자·2월호)에서는 “군국주의를 부채질하고 예찬하는 전시품을 늘어놓은 박물관(류슈칸 전쟁기념관)을 야스쿠니신사가 경영하고 있다”며 “그런 곳에 총리가 참배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비판했다.

그런 그가 전선(戰線)을 뉴욕타임스로까지 넓힌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당사자이면서도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까지 ‘못 본 척하는’ 미국의 조야(朝野)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는 도쿄(東京)의 요미우리신문 회장실에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 신문은 “어둠 속에 남아 있던 거물 언론인이 여든을 앞두고 양지로 나오고 있다”고 그와의 공개 인터뷰를 묘사했다. 이 신문은 또 “최근 와타나베 회장이 60년 전 사건들을 조명하는 연중 기획기사를 지시했고 일부 정치인이 생각을 가다듬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도 썼다.

실제로 와타나베 회장은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일본이 잔혹했던 태평양전쟁 시대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눈에 띄는 전후세대의 민족주의를 경계했다.

와타나베 회장은 인터뷰에서 “일본 전체를 바꿀 수 있다고 본다”는 말도 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와타나베 회장의 ‘황혼 전쟁’을 일본 사회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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