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나이 잊은 배움의 길’ 만학도 2題

  • 입력 2006년 2월 11일 0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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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대전과 충남지역의 고등학교와 대학 졸업식에서는 ‘만학도의 인간승리’가 눈길을 끌었다. 그들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고 졸업식은 또 다른 시작이었다.》

▼51살에 대학문 두드리고▼

도시형 대안학교인 예지중고교 졸업식에서 고교 졸업장을 받은 이경숙(李暻淑·51·여) 씨는 감회와 희망이 교차했다.

그는 지난해 2학기 수시모집에서 배재대 생명환경디자인학부에 수석으로 합격해 캠퍼스 생활을 앞두고 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진학을 포기했어요. 가사를 돌보며 뽕밭을 매며 꿈이 접힌 것을 무던히도 원망하고 서러워했죠. 45살 되던 해 예지중고교에 전화해 ‘이렇게 나이 많은데 가도 되냐고 물었더니 나이가 더 많은 사람도 많아요’라 하기에 용기를 냈지요.”

그는 45살이던 2000년 이 학교에 입학해 중학교 과정을 시작했다. 충남 서산에서 전자대리점을 운영하는 남편(53)과 딸(25)은 그의 늦깎이 공부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이 씨는 “조경에 관심이 있어 관련 학과에 들어갔는데 딸 또래의 학우와 경쟁하며 잘 할 수 있을지 떨린다”고 말했다. 예지중고교 042-535-0736

▼환갑 넘겨서 학사모 쓰고▼

충남 천안의 백석대에서는 60대 3명이 졸업했다.

주부 홍동표(洪東杓·67·여·실용음악학부), ㈜에이치비건설 대표 정혜원(鄭惠元·64·여·세무회계정보과), 에이스쎄미콘㈜ 대표 김유국(金有國·61·중국어과) 씨.

이들은 청주와 서울에서 통학하면서 밤새워 공부했다. 김 씨는 2년제인 이 학교에서 두 학기나 장학금을 받았다.

만학의 이유는 다양했다. “6·25 전쟁으로 대학을 못 나와서….”(홍동표), “회사 운영에 필요한 세무 회계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고 싶어서….”(정혜원), “명문대 대학원 최고 경영자 과정을 마쳤지만 학부생으로 캠퍼스를 만끽하고 싶어서….”(김유국)

학교생활은 열정적이었다. 회식자리는 물론 MT나 졸업여행에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홍 씨는 “불우이웃을 찾아 음악봉사 활동을 활발히 펼치겠다”고 말했다. 정 씨는 “동국대 철학과 3학년 편입이 확정됐다. 문학과 철학을 논하며 낭만과 꿈에 젖었던 과거를 되찾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는 백석대 다른 학과에 다시 진학해 중국 문화를 공부할 계획. 그는 “만학의 느낌이 너무 좋았다”며 “앞으로 사원(70여명)이 공부하면 학원이든 학교든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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