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순직 소방관 통해 본 ‘119 현실’

  • 입력 2006년 2월 11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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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동료만 있었어도….”

경기 안산소방서 119구조대 김근태(34) 소방교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1년 10개월 전 자욱한 연기 속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동료를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

2004년 4월 12일 오전 1시 23분. 안산시 상록구 사동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신고가 들어왔다. 사동소방파출소와 인근 상록수소방파출소에서 각각 5명씩 현장으로 출동했다.

소방관 10명 가운데 6명은 운전요원, 2명은 구급요원이었다. 진압요원은 어수봉(당시 40세) 소방교와 김 소방교 단 2명뿐이었다. 20여 분간 사투를 벌여 불길을 잡는 데 성공했다.

어 소방교는 곧바로 매캐한 연기가 자욱한 이웃집으로 뛰어들었다.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김 소방교는 잔불 정리를 위해 현장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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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압요원은 2인 1조로 행동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장에선 이 원칙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1시간 뒤 어 소방교는 뒤늦게 출동한 다른 소방관들에 의해 불이 난 집의 맞은편 집 주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 소방교는 “유독가스가 꽉 찬 상태에선 한 번만 연기를 들이마셔도 정신을 잃는다”며 “어 소방교가 식탁에 걸려 넘어지면서 산소마스크가 벗겨졌다. 옆에서 누가 보조마스크만 바로 씌워줬어도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어 소방교처럼 산화한 소방관은 2000년 이후 18명이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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