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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말 2006대입 접수사이트 다운, 수험생 해커들 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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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말 2006대입 접수사이트 다운, 수험생 해커들 소행

입력 2006-02-11 03:06수정 2009-09-30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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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대입 정시모집 원서 접수 대행 사이트의 서버가 다운된 것은 일부 수험생들이 다른 수험생들의 지원을 막기 위해 서버 공격 프로그램을 이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서버 공격 프로그램 역시 중학생과 고3 수험생이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대입 원서 접수 대행 사이트 서버에 한꺼번에 접속해 사이트를 접속 불능 상태로 만드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자신의 게시판에 올린 고3 수험생 이모(18) 군과 중학생 강모(15) 군, 이를 유포한 3명 등 5명을 정보통신망 침해 혐의로 10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정시모집 접수 마감일인 지난해 12월 28일 중앙교육과 진학사 사이트 두 곳을 공격한 혐의(업무방해)로 고3 수험생과 재수생, 대학생 등 33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19명의 신원을 추적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도 경찰에 입건된 수험생의 명단을 대학에 통보해 합격이 취소되도록 할 방침이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경쟁률 떨어뜨리려 접속 막아…2006대입 접수사이트 공격

《“어떻게든 대학에 합격하면 된다”는 일부 수험생들의 비뚤어진 생각으로 지난해 대학입학 정시모집 원서 접수가 혼란을 빚은 것으로 확인됐다. 원서접수 대행 사이트를 공격한 수험생들은 경찰조사에서 다른 학생들의 접속을 막고 경쟁률을 떨어뜨리려 했다고 말했다. 사이트 공격 프로그램을 이용한 33명 가운데 고교 3학년 재학생은 16명, 재수생은 14명 등 수험생이 대부분이었다.》

▽혼란에 빠진 접수 사이트=대입 정시모집 원서 접수 마감일인 지난해 12월 28일 원서 접수 대행 사이트의 서버가 접속 불능 상태에 빠졌다.

수험생 60%가 접속하는 중앙교육의 회원 인증 데이터베이스 서버가 오전 9시 17분 동시접속 최대용량을 넘으면서 마비됐다. 오전 9시 49분에는 진학사 사이트가 마비됐다.

이들 서버는 오후 3시에 정상화됐으나 그 사이에 원서를 접수하지 못한 수험생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서버공격 프로그램은 중학생 강모(15) 군이 2003년 일본의 독도 망언과 관련해 일본 정부 사이트를 마비시키려고 만들어 인터넷 카페에 올린 ‘방법 2005’와 비슷하다.

누군가 이 프로그램을 ‘방법 2006’으로 바꿔 미국의 한 사이트(techkr2.com)에 게재했다가 원서 접수 사이트 공격에 이용했다.

수험생 이모(18) 군은 ‘방법 2006’을 포함한 여러 가지 공격 프로그램을 개량해 새 프로그램을 만든 뒤 디시인사이드 등 인터넷에 유포했다.

이들 프로그램은 인터넷에 동시에 대량으로 접속하는 효과를 내 서버에 과부하가 걸리게 하는 특징을 갖는다. 예를 들어 프로그램에서 ‘미칠 듯한 속도’ 항목을 선택한 뒤 ‘공격 시작’을 클릭하면 서버는 초당 4명이 동시에 접속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이번에 적발된 학생들은 공격 프로그램을 청소년이 많이 찾는 포털 사이트와 디시인사이드에 있는 수능 갤러리 게시판에 유포한 뒤 “원서 접수 사이트를 마비시키자”고 부추겼다.

▽경쟁률 떨어뜨리려 공격=경찰이 적발한 33명 중 32명은 미리 원서 접수를 마치고 서버를 공격해 다른 수험생에게 피해를 주려는 의도가 뚜렷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중학교 3학년 안모(15) 양의 경우 수험생인 오빠가 원서 접수를 마치자 오빠를 위해 원서 접수 사이트를 공격했다. 안 양의 아버지는 딸이 입건될 위기에 처하자 “아들을 합격시키려고 내가 사이트를 공격했다”고 거짓말했다.

고교 3학년 수험생 이모(18) 군은 PC방에서 자신의 원서를 접수시켜 놓고 옆에 있던 친구 2명이 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해 애태우는 모습을 보고도 계속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이번 사건은 사이트 접속이 폭주하는 시간에 일부 이용자가 악의적으로 서버를 공격할 경우 쉽게 접속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음을 보여 줬다.

사이트 공격 프로그램은 사용하기가 쉽고 인터넷을 통해 빨리 유포될 수 있어 앞으로도 비슷한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입시와 어학시험, 입사지원, 아파트 청약 등 온라인을 이용한 접수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당국이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다음 달부터 인터넷을 통해 신청 받는 경기 성남시 판교 아파트의 경우 미리 접수한 청약자들이 자신의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같은 방법으로 서버를 다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원서 접수 대행 사이트 운영사도 문제. 수험생 60만 명이 이용하는 사이트인데도 관련 부처에 신고하지 않고 영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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