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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순례 ‘삼소회’ 수도자들이 만난 달라이 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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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순례 ‘삼소회’ 수도자들이 만난 달라이 라마

입력 2006-02-11 03:06수정 2009-09-3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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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의 정치 종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운데)가 삼소회 회원들을 접견한 뒤 티베트불교대학 접견실 앞뜰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바라나시(인도)=윤정국 문화전문기자

“남북한은 같은 문화와 인종, 언어를 가졌는데 왜 통일을 이루지 못하겠습니까. 북한은 독재국가이니 통일되기까지 난관이 있을 겁니다. 그렇다 해도 남북한이 피 흘리는 전쟁 없이 통일을 이루기를 염원합니다.”

법회차 인도 바라나시 시 티베트불교대에 머물고 있는 티베트의 종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71)가 9일 한국의 여성 수도자들을 만나 이렇게 관심을 표명했다. 티베트의 영적 스승이자 정치적 지도자로 인도에 있는 티베트 망명정부를 이끌고 있는 달라이 라마는 여건이 되면 한국을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불교 비구니, 가톨릭과 성공회의 수녀, 원불교 교무 등 삼소회(三笑會) 회원 16명은 종교간 화합을 위해 각 종교의 성지(聖地)를 함께 순례하던 중 이날 달라이 라마를 친견했다.

1975년부터 종교간 화합을 위해 애써 왔다는 달라이 라마는 이날 “한국에서 기독교와 불교의 사이가 좋지 않다고 전해 들었는데 오늘 이렇게 한국의 수녀님과 스님이 서로 도와 가며 함께 순례 길에 오른 걸 보니 너무 기쁘다”며 이들을 위해 특별 법문을 했다.

그는 “과거뿐만 아니라 지금도 종교는 갈등과 전쟁을 일으키고 피를 부르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종교인들 간의 화합은 세계 평화를 구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다”며 화합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종교적 배경이 다른 학자들이 모임을 자주 갖고 그들 종교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을 토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울러 종교는 다르지만 영적으로 깊은 체험을 한 수행자들이 자주 만나 깨달음을 나눌 수 있어야 합니다.”

달라이 라마는 또 다양한 종교지도자들이 똑같은 위치에서 만나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것과 다른 종교에 대해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사회에서 다방면으로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한 사람이 혼자 있을 때는 자기 종교만 간직하고 있으면 되지만 다양해진 현대사회에서는 자기 종교에 신념을 갖되 다른 종교를 인정해 줘야 합니다.”

특별 법문을 마친 뒤 달라이 라마는 삼소회원 4명의 질문을 받았다. 달라이 라마는 간혹 단어의 뜻을 분명히 하기 위해 두번 세번 되물어 가며 영어로 또박또박 답했다.

원불교 정인신 교무가 “갈등과 반목의 시대에 여성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묻자 달라이 라마는 “우리 인류가 포유류 동물의 한 종(種)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라”고 답했다.

“다른 포유류 동물처럼 인간의 경우도 여성은 영적인 능력과 자비심이 남성보다 더 많습니다. 남성은 자기 즐길 것만 생각하지 자녀를 키우거나 보호하는 능력은 떨어져요. 여성의 모성적인 보호본능은 인류를 위해 매우 중요한 능력입니다.”

가톨릭의 곽 베아타 수녀가 “세계에 다양한 종교가 있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라고 묻자 달라이 라마는 “김치의 맛을 알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답했다.

“부처님도 ‘다른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하셨습니다. 한국인이 아닌 사람이라도 김치의 맛은 입과 혀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다른 종교도 그렇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돼요. 자기 앞만 보면 시야가 좁아집니다. 더 넓게 보고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삼소회원 친견 직전 티베트불교대 대강당에서 열린 달라이 라마의 법문에는 2000여 명의 티베트인이 참석했다. 달라이 라마는 고향을 잃고 떠도는 티베트인 한 사람 한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고 그들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기도 했다.

■달라이 라마는

달라이 라마라는 칭호는 ‘지혜의 큰 바다’, ‘큰 지혜를 가진 스승’이라는 의미로 티베트의 정치·종교 지도자를 말한다. 제14대 달라이 라마인 텐진 갸초는 1935년 티베트 북동부 암도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두 살 때 제13대 달라이 라마의 환생자로 인정받았으며, 1940년 달라이 라마에 즉위했다. 1950년 티베트를 침략한 중국이 티베트인들의 민중 봉기를 무자비하게 탄압하자 달라이 라마는 1959년 인도로 망명했다. 이후 그는 티베트와 가장 가까운 다람살라에 망명 정부를 세운 뒤 비폭력 정신을 바탕으로 티베트의 독립과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이런 공로가 인정돼 1989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바라나시(인도)=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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