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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김선우]稅入규모 감추기 급급한 재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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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김선우]稅入규모 감추기 급급한 재경부

입력 2006-02-11 03:06수정 2009-10-0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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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는 9일 오후 2시 반경 ‘2005년 회계연도 총세입·세출’ 자료를 정부과천청사 제1합동 브리핑룸에 배포했다.

지난해 세입이 예산보다 1조2000억 원 많았고 이 가운데 세금(내국세)이 6569억 원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다른 세금은 예산보다 9156억 원 더 걷혔지만 새로 생긴 종합부동산세가 2587억 원 적게 들어와 전체로는 6569억 원을 더 징수했다는 설명도 있었다.

지난해 정부가 여러 차례 ‘세수 부족이 예상된다’고 강조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다.

자료를 배포한 지 5분여 뒤 여러 명의 재경부 직원이 브리핑룸으로 찾아왔다. 그러더니 “(자료에) 수정할 게 있다”면서 신속히 기자들에게서 자료를 회수해 갔다.

재경부가 잠시 후 다시 배포한 수정 자료에는 세금에 관한 내용이 통째로 빠져 있었다.

자료를 만든 재경부 국고국에 문의했다.

“늘어난 세입 중 세금 액수를 알 수 있습니까?”

“세제실에 알아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마침 이날 세제실은 ‘2005년 국세 수입 실적’ 자료를 냈다. 여기에는 지난해 예산 127조 원보다 세금을 4000억 원 더 걷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6569억 원과는 거리가 있는 통계였다. 세제실에 물었다.

“더 걷힌 세금이 4000억 원이 아니라 6000억 원대라는데, 맞습니까?”

“총국세가 4000억 원 더 걷혔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른 숫자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습니다.”

정리하면 이렇다. 내국세는 6569억 원 더 걷혔다. 하지만 내국세에 징수 실적이 저조한 교통세와 농어촌특별세 등을 합하면 총국세 초과 징수액은 4000억 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4000억 원도 허위 통계는 아니다. 하지만 민감한 부분을 빼 초과 징수된 세금 액수를 적게 보이도록 하려 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는 없다.

최근 증세(增稅) 논란이 불거진 이후 재경부는 ‘세금’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노이로제 증세를 보이곤 한다.

하지만 숨긴다고 해결될 일인가. 세금을 내는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는 것은 정부의 기본적 의무이다. 재경부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 같아 안타깝다.

김선우 경제부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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