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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사랑과 죽음의 입맞춤…‘사랑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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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사랑과 죽음의 입맞춤…‘사랑을 생각하다’

입력 2006-02-11 03:06수정 2009-10-0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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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생각하다/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강명순 옮김/104쪽·7500원·열린책들

아우구스티누스의 ‘시간’에 대한 고백은 사랑에 대해서도 적용되는 게 아닐까. “어느 누구도 물어보지 않았을 때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해 설명을 하려고 하면 더는 그게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사랑에는 뭔가 수수께끼 같은 게 있다. 누구나 사랑에 빠지면 멍청해진다. 그의 눈길은 텅 비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를 사랑해!” 이 말 앞에선 모든 게 무력하다. 모두 무릎을 꿇어야 한다.

사랑이란 결국 병(病)이 아닐까. 차라리 독(毒)이 아닐까. 사랑은 광기를 내뿜는다. 지상에 매인 우리 인간의 영혼에 날개를 달아주는 성스러운 광기 말이다. 사랑은 악귀와도 같다. 아름다움을 잉태하고 분만하는 위대한 마녀 말이다.

1950년 여름 일흔다섯 살의 토마스 만은 아내와 딸을 데리고 스위스의 한 호텔에 머물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위험한 수술을 앞두고 있었고 딸은 우울증으로 모르핀에 의지하고 있었다. 그 역시 중이염과 불면증을 앓고 있었다. 말하자면 그는 자신의 나이로 볼 때 이미 초월했음 직한 에로틱한 일탈 이외의 모든 걱정과 근심에 시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어느 날 오후 그는 호텔 정원에서 우연히 열아홉 살짜리 남자 종업원을 보았던 것이다.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심지어 꿈속에서도 청년의 모습이 계속 어른거렸다. 미쳐 버릴 것 같았다. 노작가는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 더는 글도 쓸 수 없었다. “그를 얻지 못하는 데서 오는 고통이 점점 깊어지고 강해져서 나의 인생과 사랑 모두에서 슬픔을 느꼈다. 나는 차라리 죽었으면 하고 바랐다….”

차라리 죽었으면 하고 바랐다!

지난해 출간된 이 책은 ‘좀머씨 이야기’와 ‘향수’의 작가가 들려주는 사랑과 죽음에 대한 단상이다. 오로지 작품으로만 이야기해 온 은둔의 작가가 허구의 세계(소설) 바깥에서 자신의 육성(에세이)을 통해 사랑이란 무엇인지, 그 사랑과 ‘포옹하는’ 죽음의 관계는 또 무엇인지 파 들어간다. 고금을 넘나들며 문학, 철학, 음악에 대한 풍부한 이해를 바탕으로 통제할 수 없는 사랑이 죽음을 떠올리는 그 순간을 이야기한다.

어떻게 삶에 활기와 쾌락을 주는 에로스가 죽음의 신, 타나토스를 끌어안으며 죽음 속에서 고귀한 사랑을 완성하려 하는가?

사랑에는 뭔가 수수께끼 같은 게 있다. 그래선지 사랑이 내뿜는 광기는 때때로 죽음의 신, 타나토스를 격렬하게 끌어안는다. 사진은 쥐스킨트가 공동으로 시나리오를 쓴 영화 ‘사랑의 추구와 발견’의 한 장면. 사진 제공 열린책들

오스카 와일드의 글에서 아름다운 공주 살로메의 사랑은 너무나 맹목적이다. 남자가 자신을 거절하자 그녀는 남자의 목을 잘라 버린다. 그리고는 이미 죽어 버린, 피가 뚝뚝 흐르는 남자의 입술에 기나긴 행복의 입맞춤을 한다.

사랑과 죽음의 불행한 결합! 그것은 부패할 대로 부패하고 성숙할 대로 성숙한 19세기에 이르러 죽음에 대한 사랑, 에로틱함 속에서 이루어지는 정사(情死)에서 그 절정을 이룬다.

노발리스의 ‘밤의 찬가’는 죽음에 대한 몽환적인 사랑의 시다. 보들레르의 ‘악의 꽃’에선 날카로운 시체 냄새가 풍긴다. 바그너의 ‘이졸데’는 연인의 시체에 안겨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7분 30초간 음악사상 가장 긴 오르가슴 상태를 유지한다. 일생 동안 에로틱한 자극의 절정인 죽음을 동경해 온 독일의 극작가 클라이스트는 서른네 살이 되던 해 여자친구와 함께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생명의 시인’ 괴테도 예외가 아니었으니 그는 일생 동안 자신을 유혹했던 장면, 저항할 수 없는 환한 빛을 따라 죽음 속으로 뛰어드는 나비의 모습을 시에서 노래한다.

“촛불이 고요히 타오를 때,/낯선 느낌이 당신을 사로잡네.//…새로운 욕망이 당신을 사로잡네,/더 높은 곳에서의 성교라는 욕망이.//…그리고 빛을 열망하는 당신,/이제 당신은 드디어 나비로 불타오르네….”(‘완성’)

원제 ‘¨Uber liebe und tod’(2005년).

이기우 문화전문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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