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커피우유와 소보로빵’

  • 입력 2006년 2월 11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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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우유와 소보로빵/카롤린 필립스 글·허구 그림·전은경 옮김/199쪽·8500원·푸른숲(초등 5년 이상)

슈퍼볼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한국계 미국인 하인스 워드는 어렸을 적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한국인 친척들에게 배척당했다고 한다. ‘다르게 생긴 소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뿌리 깊다. 다인종국가라는 유럽과 미국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커피우유와 소보로빵’은 피부색이 다른 한 소년이 겪는 마음의 아픔을 형상화한 책이다. 아프리카에서 독일로 이주해 온 외국인 노동자 가족이 유색인종이라는 이유로 폭력과 따돌림에 시달리는 내용이 열살 난 아들 샘의 눈으로 그려진다.

까만 피부색 때문에 ‘커피우유’라는 별명을 가진 샘. 어느 날 저녁 샘의 집에 돌과 화염병이 날아든다. “저기, 깜둥이다!”라는 외침과 함께. 샘이 심한 혼란과 고민에 빠진 것은 그때부터다. ‘피부 색깔 때문에 돌을 맞다니.’ 갈색 피부를 지우겠다고 얼굴에 하얀 물감을 칠해 보기도 하고 엄마의 크림을 듬뿍 바르기도 한다. 그렇다고 얼굴이 하얘지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도 속할 수 없다는 생각에 샘은 외롭다.

저자는 차별의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목소리 높여 주장하지는 않는다. 대신 등장인물의 육성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가 처한 상황을 담담하게 전함으로써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상황을 생각해 보게 한다. 샘의 친구 소냐의 엄마 아빠가 갈수록 늘어나는 외국인 노동자를 부양하는 문제에 대해 논쟁하는 대목, 외국인에게 돌과 화염병을 던진 사람들에 대해 학생들이 진지하게 토의를 벌이는 부분 등이 그렇다.

책은 한편으로 샘의 친구 보리스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열어 가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 준다. 보리스는 주근깨가 많아 ‘소보로빵’이라는 별명을 가진 소년. 샘과 같은 반인 보리스는 샘에게 1등 자리를 빼앗겨 약이 올랐던 터다. 마음의 고통 때문에 샘이 학교에 오지 않은 틈을 타서 보리스는 1등을 차지한다. 그런데 웬일인지 허전하다. 샘이 겪었던 일을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된 보리스. 사람은 누구나 소중한 존재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친구 샘의 처지에 가만히 대입해 본다.

인종차별이라는 무거운 문제를 다루지만 경쾌하고 속도감 있게 전개해 부담스럽지 않다. 샘과 보리스가 음악 경연대회에서 손을 맞잡는 모습은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미소 짓게 한다. 이 책은 2000년 유네스코가 선정한 ‘평화와 관용의 상’을 수상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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