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러니 국민이 정부를 안 믿을 수밖에

  • 입력 2006년 2월 11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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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6자회담 수석대표로 유력했던 외교통상부 김숙 전 북미국장을 최근 탈락시켰다. 10년 전과 지난해 7월에 음주운전을 했다는 이유다. 김 국장은 작년 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조정실장에도 거론됐으나 같은 이유로 제외됐다. 두 자리의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사상 처음 실시된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 5명의 내정자에게 어제 임명장을 주었다. 그러면서 “검증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청문회를 제안했던 것인데 정쟁(政爭)의 기회로 변질돼 아쉽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밝혀진 ‘흠’들을 정쟁이란 말로 덮으려는 역시 ‘노 대통령다운’ 발언으로 들린다.

국민연금 개혁이 제1과제라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 미납자이니, 병역 기피자가 국방부 장관이 된 격이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2002년 불법 대선자금 모금사건은 제쳐 두더라도 지난해 10월 재선거에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검찰에 고발돼 자칫하면 다시 선거사범 피의자가 될 처지다.

김우식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은 피해자를 사망케 한 교통사고를 냈는데도 기소유예로 벌금조차 물지 않았고 그 밖에 19차례나 교통법규를 위반했다. 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은 속도위반 67건, 전용차로 위반 10건 등 6년간 78차례나 교통법규를 위반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도 5년 동안 12차례나 과속으로 적발됐다. 이들이 외교부 김 국장보다 더 준법정신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제1야당의 극렬한 반대까지 무시하면서 이들의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반면 외교부 김 국장은 음주운전 때문에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장관급도 아닌 실무자급 인사에서 탈락했다. 거기에 도대체 어떤 원칙이 존재하는가.

노 대통령은 그제 참모들에게 미국 하버드대 조지프 나이 교수가 쓴 ‘국민은 왜 정부를 믿지 않는가’라는 책을 읽으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국민이 왜 노 정부를 믿지 않는지 알려면 그 책보다 장관 인사청문회 기록을 보는 게 빠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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