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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우재룡]‘만들고보자 펀드’ 제대로 규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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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우재룡]‘만들고보자 펀드’ 제대로 규제해야

입력 2006-02-11 03:05수정 2009-10-0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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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시대가 계속되고 고령화 사회가 심화되면서 펀드 투자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매달 558만 개의 계좌에 1조3000억 원 정도의 자금이 펀드로 유입될 정도다. 과거 투신권이 부실에 빠지면서 펀드 시장 자체가 국민에게서 불신을 받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하지만 많은 부분이 개선됐다 해도 한국 펀드 산업은 여전히 몇 가지 고질적인 병폐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큰 문제점이 영세한 펀드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펀드 수는 무려 7400여 개나 된다. 펀드 수로 따지면 세계 4위권이다. 심지어 어떤 자산운용회사의 펀드 수는 무려 790개에 이른다. 펀드 판매 회사 가운데 몇몇 대형사는 수백 개의 펀드를 판매하고 있다.

반면 수탁액(고객이 맡긴 돈의 총액)은 모두 212조 원 정도다. 펀드당 평균 수탁액이 고작 285억 원으로 세계 최하위권에 속한다. 수탁액이 10억 원도 안 돼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자투리 펀드도 418개나 된다고 한다.

수탁액이 줄어드는 자투리 펀드의 가입자를 제대로 관리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생각해 보라. 당신이 맡긴 돈이 방치되고 있다면 그 느낌은 어떻겠는가. 여기다 펀드 수가 많으면 회계, 계좌처리, 공시 등에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 이런 비용은 결국 투자자들이 지불하게 된다. 수익률이 좋을 리 없다.

펀드 수가 많으면 투자자들의 합리적인 선택도 힘들다. 별 차이도 없는 펀드가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지니 투자자들이 그 가운데 최선의 펀드를 선택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도 요즘 대부분의 펀드 판매 회사는 새로 나온 펀드 판매에만 열을 올린다. 역사가 짧고 운용 능력과 위험이 검증되지 않은 신상품만을 집중적으로 파는 셈이다.

이 같은 문제는 한국에서 펀드를 너무 쉽게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생긴다. 대다수 상품은 만들어 놓고 신고만 하면 된다. 그렇다 보니 우리나라 금융기관 상품개발부에서는 거의 매일 펀드를 만들어 내다시피 한다. 가히 신상품의 천국이다.

금융 선진국에서는 펀드를 많이 만들지 않는다. 한 회사에서 대형 주식형 펀드는 하나면 충분하다. 내용이 짐작도 안 되는 화려한 명칭을 달아 계속 비슷한 펀드를 만들어 낼 필요가 없다. 또 펀드를 만드는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 감독 이사의 선임 등 처리해야 할 절차가 복잡해 펀드를 남발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펀드가 많다 보면 투자자 보호 장치가 허술해지고, 불법적인 운용과 판매를 감시하기도 어려워진다. 아마 한국 펀드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펀드에 대한 지배구조가 허술하다는 점일 것이다.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을 만들면서 불법적인 운용행위를 감시하는 역할을 수탁회사인 은행에 맡겼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법을 실행해 본 결과 은행권의 감시활동은 별로 효과적이지 못했다. 그저 법에서 정한 사항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의 투자 정책 및 운용 인력의 변화와 같은, 그 펀드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에 대한 감시 장치는 여전히 없다.

국민 대다수가 펀드에 관심을 갖는 ‘펀드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펀드 산업에 대해 좀 더 심층적인 변화를 유도할 때이다. 펀드 산업을 둘러싼 규제를 완전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고 선량한 투자를 충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새로운 규제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펀드 수를 줄이는 것은 우리 펀드 시장의 변화를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핵심 사안이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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